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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을 두고 이어진 여러 논란 중 하나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에 대한 호칭 문제였다. A씨는 각 정당, 단체, 기관에 따라 '피해 호소인' '고소인' '피해자' 등으로 불렸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듯이 A씨에 대한 호칭에 따라 그의 존재와 피해 사실마저 바뀌는 듯 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일주일간의 호칭 논란을 시간 순으로 되짚어봤다.
◆ 피해 호소인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A씨를 '피해 호소인'으로 가장 먼저 칭한 건 심상정 정의당 대표였다. 심 대표는 10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박 전 시장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 호소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16일 심 대표는 "피해 호소인은 상대를 아직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에 적절치 않다"며 "더구나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피해자'로 명명하는 게 맞다"고 A씨 호칭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논란은 '피해 호소인'이란 단어를 정부와 여당에서 사용하며 증폭됐다.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브리핑에서 "피해를 호소해온 분에게도 고인의 죽음은 큰 충격"이라며 "가짜뉴스와 추측성 보도도 고인과 유가족, 피해 호소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13일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매일경제가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을 통해 박 전 시장 사건이 발생하기 전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를 확인한 결과 단 한 차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 씨(27)의 미투 논란에 대해 남인순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피해 호소인'이란 단어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딸인 류한수진 씨(30)가 처음 제안하며 2012년께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대에서 이별을 통보하며 담배를 피운 행동에 대해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는데 학생회장이던 류한수진 씨가 이를 반려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두고 논의 과정에서 문제제기만으로 곧바로 사실 관계와 사건의 성격을 확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따라 '피해호소인' '가해지목인'이란 용어가 사용됐다고 한다.
류한수진 씨는 박 전 시장 사건 이후 용어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 당국이나 정당의 대표로서 피해 호소인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고소한 분을 피해자라고 칭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절차 이전에 가·피해를 확정짓지 않는다는 것은 성인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이며 공정한 절차가 이뤄진다는 전제 위에 도입된 원칙인데, 이 사건의 그 어디에도 그러한 절차를 기대할 만한 기관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공식 기관의 대표들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대체어를 고집하는 것은 사건 자체를 무화하거나 최소한 가해자의 불명예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치고, 또 의도와 상관없이 그런 효과를 어느 정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 고소인
A씨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정확한 법적 명칭은 '고소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은 인터넷상에서 피해자 신분 노출 압박, 피해 상황에 대한 지나친 상세 묘사, 비방, 억측 등 2차 피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SNS에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 현직 판사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에는 피해 사실을 차단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인다"며 "아직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중립성을 지키고 싶다면 고소인이란 표현이 더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서울시가 내놓은 성추행 의혹 규명 발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A씨에 대한 호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 책임 있는 기관은 진상규명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며 유보적, 조건적 상태로 규정하고 가두는 이중적 태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견 법조인은 "'성폭력처벌법'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피해 호소인'이나 '고소인'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며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라는 용어 사용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와 여당도 황급히 A씨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16일 "피해자 지원 기관을 통해 보호를 받는 분들은 '피해자'로 본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도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용어는 쓰기 나름이고 의미부여하기 나름이다. 피해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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