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서울시가 꾸리겠다고 한 민관합동조사단의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고소인을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서울시의 조사단 구성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경찰 수사 지속과 증거 보전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오늘(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그제(15일)와 어제(16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조사단 구성 제안을 공문으로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 단체는 어제(16일) 저녁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양 단체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속돼야 한다며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자료 확보를 하라"고 서울지방경찰청에 촉구했습니다.
'6층'이란 서울시청 6층 시장실,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사무실 등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처럼 여성단체들이 '경찰 수사 지속'과 증거 확보를 요구한 것은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소인 측과 그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은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 고소인이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 중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압박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접촉 사례도 있었다고 단체들은 전했습니다.
▲ '너를 지지한다'며 정치적 진영론이나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 ▲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며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 ▲ '너와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그런데 OOO은 좀 이상하지 않냐"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일방적 의견 제시 ▲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고 말하는 등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양 단체가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가 이 단체들 외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공신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편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여성단체들의 증거보전 요구와 관련해 "(6층 사무실들이) 이미 폐쇄됐고 통제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