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오늘(16일) 무죄 취지로 판결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대법관들이 유죄 취지 의견을 냈습니다.
이 지사의 유·무죄에 대한 대법원의 고민이 깊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습니다.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 지사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심리를 회피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중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의견을 낸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7명입니다.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등 대법관 5명은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이 한명만 더 있었다면 유·무죄 의견은 각각 6명으로 동수가 될 뻔했습니다. 전원합의체 표결에서 유·무죄가 동수로 나오면 과반이 나올 때까지 심리가 계속됩니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은 대법관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재판의 쟁점은 이 지사가 강제입원 절차 개시 지시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이 지사는 2008년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방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며 모친 등 다른 가족들이 진단을 의뢰한 것이고 자신이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가족들이 형의 진단을 의뢰했고 이 지사가 최종적으로 입원 절차 진행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 개시를 지시하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그런 일 없다"며 가족들이 형의 진단을 의뢰한 사실만 부각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로 봐야 한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였습니다.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은 불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소수 의견은 이 지사가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의 발언이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이 지사가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고 봤습니다.
즉흥적인 공방이 이어지는 TV 토론회의 특성상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다수 의견에는 이 지사의 발언은 "미리 준비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지사가 이전에도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 같은 해명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발언에 고의성이 있다는 2심 판단과 같은 취지입니다.
소수 의견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판단하기 위한 '공표'의 범위를 좁게 해석한 다수 의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공표'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이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석의 범위를 제한하면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간 균형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 의견은 '공표'는 어떤 사실을 적극
소수 의견을 낸 박상옥 대법관은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라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