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업에 가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혜림 기자] |
대치동 학원가는 마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격차'를 내세우며 여름방학 단기 특강 원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치동 A학원의 경우 기존 3주짜리 캠프를 방학에 맞춰 2주로 단축해 진행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1학기 3~5월 파행된 수업을 만회해야 한다"며 학생이 희망하면 호텔 방에서 기숙 생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숙박시설을 대여해 기숙형 캠프를 운영할 경우 학원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학생 자유 의지로 숙박시설에 투숙할 경우 처벌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로 학사일정이 밀리면서 올해 초중고 여름방학은 2~3주로 예년보다 10일 이상 단축됐다. 예년엔 방학 기간이 비슷했으나 올해는 시작일과 종료일, 기간도 학교·학급별로 제각각이다. 고3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 등을 위한 시간이 예년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대치동에서 만난 학생들은 여름 단기 특강을 통해 1학기에 미흡했던 학습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대부고 3학년 B군은 "코로나19로 학교가 싱숭생숭하다 보니 학교 수업이 집중도 안 되고 학습효과가 많이 떨어진다"며 "온라인 수업 기간 놓친 부분도 많고 방학 때 학원 특강을 들으며 2주간 바짝 집중해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고1 학생도 "방학이 2주로 줄었는데 그동안 바짝 수1·수2 선행학습을 하려고 한다"며 "1학기에 공부를 제대로 못 해서 친구들도 여름방학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많이 특강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올해 원격수업, 꼬인 학사일정 등으로 학습 결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성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사교육 의존에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고2·초4 학부모 C씨(47)는 "EBS 영상으로 수업을 대신하는데 학습이 거의 안 된다. 사실상 주요 과목은 학원에서 보충받고, 진도 나가는 방식으로 더 챙기게 됐다"며 "주변 고3 학부모들은 수능을 준비할 방학까지 짧아지니까 시간이 부족하다고 더욱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온라인 맘카페에는 학습 결손을 메꿀 여름방학 특강을 찾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2 학부모는 "여름방학 2주동안 수1 기본을 배울 수 있는 특강을 찾는다"며 "아침부터 오후까지 2주 특강을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여름방학은 짧은데 부모는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원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보습학원은 "2주뿐인 여름방학, 온라인 개학으로 부족해진 1학기 학습, 어수선한 학사일정, 더위로 인한 집중력 저하, 최악의 학습 상황을 극복하려면 남들과 똑같이 공부해선 안 된다"며 "짧아진 여름방학도 알차게 만들어보자"고 홍보하고 있다. A학원은 중3~고2 학생을 대상으로 8월 둘째 주에 개강하는 썸머스쿨을 모집 중이다. 고1·고2는 수업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이어 진행된다.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도 "2주밖에 안 되는 기간. 마음속 걱정을 덜어드린다"며 특강을 홍보하고 있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원들이 학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사교육 업체들이 원격수업으론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마케팅을 하며 학부모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육부와 학교 차원에서 학생과 학부모 우려를 잠재울 학습결손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 둘째 주부터 약 2주간 학원가에 학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역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일부 시도교육청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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