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7명 바뀌는 동안 꿋꿋"…재직 40년 넘긴 공직자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니 벌써 4번이나 강산이 바뀌었네요. 직원들과 소통하고 화합한 덕분에 40년 넘게 한 우물을 파게 된 것 같습니다"

청주시청 59살 A 서기관은 올해로 41년째 공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2022년 6월까지 정년을 꽉 채울 경우 무려 42년1개월을 근무하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요즘 같은 취업환경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그것도 한 직장에서 무탈하게 40여년을 근무하면서 차근차근 승진한다는 것은 취업준비생들이 볼 때 기적에 가깝습니다.

A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0년 2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그해 5월 21일 초임 발령받았습니다.

2014년 청주·청원이 통합될 때까지 무려 15명의 청주시장과 일했고, 통합 시에서도 현재 2번째 시장을 맞았습니다.

무려 17명의 시장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청주시 행정의 산증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장은 '기간제', 부하 공무원은 '정규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사례입니다.

그를 포함해 청주시에 40년 이상 재직 중인 공무원은 무려 12명이나 됩니다. '철밥통'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합니다.

이 중 11명은 모두 내년 6월과 12월 정년퇴직합니다.

증평군청 59살 B 서기관도 1980년 4월 7일 초임 발령돼 올해로 만 41년째 공직에 있습니다.

그는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게 없고, 안 된다고 하면 되는 게 없다'는 좌우명으로 악착같이 살았다"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른 지역의 잘 된 시책 등을 적극 벤치마킹하면서 일을 즐겨야 한다"고 장기 재직의 비결을 털어놨습니다.

공직사회에는 이들처럼 40년 넘게 재직 중인 공무원이 적잖습니다.

충북도청과 충북도교육청에도 각각 1명과 4명이 40년 재직 기록을 찍었습니다.

'만 60세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가능해진 일이습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이라고 공무원시험에 10대 합격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충북교육청의 교육행정직 필기시험에서도 19살이 최연소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행정고시'로 불리던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에서도 드물지만 10대 합격자가 간간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매우 드문 일입니다.

공무원 되기가 힘들어지면서 대부분의 합격자는 20대 중반을 넘긴 경우입니다.

남성의 경우 군 복무와 해외 어학연수 등을 거치다 보면 제 코스를 밟아도 금세 서른이 됩니다.

여성도 군 복무만 없을 뿐 20대 중반에 대학 졸업하는 것도 빠듯합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올해 4월 입대한 23살 D 씨는 "군 복무 이후 2년 더 학교에 다니면 20대 후반이 된다"며 "솔직히 재수 없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장담이 안 된다"고 부담을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같으면 30년 재직도 힘든 상황인데, 40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