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측 "박원순, 고소 당일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 전달받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이 박 시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13일 고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고소 당일 피고소인은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을 전달받았고, 피고소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피해자는 2차 피해 등 더한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8일 서울지방검찰청에 박 시장을 고소했다"며 "박 시장이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왔음에도 그 또한 직장 내 성추행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박 시장은 미투와 안희정 전 충남 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등으로 인해 가장 가까이서 경각심 가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에 해당된다는 것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의 죽음에 사과의 의미가 담겼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자에 사과의 뜻을 밝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시장의 죽음으로) 이미 피해자가 사과 받고 (박 시장의) 책임이 종결된 거 아니냐는 일방적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 된다"며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 전달이 된 만큼 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목도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 믿고 위력 성폭력 사실 고소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 중심 성문화 실체 구조 뭔지 통탄 비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미투 이후 커다란 변화 물결을 맞이한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기자 1derland@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