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까지 잇따른 '학교 몰카'…고심 깊어진 경남교육청

경남 일선 학교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오늘(13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내에서 교사·학생 등 교육 주체에 의한 범행이 잇따라 드러나며 집행기관인 경남도교육청이 더욱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창녕 한 중학교 2층 여자 화장실 재래식 변기에 설치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이 학교 교사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24일에는 김해 한 고등학교 1층 여자 화장실 변기에서도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 2분 만에 발견됐습니다.

이틀 간격으로 발생한 이들 사건은 모두 현직교사의 범행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여기에 더해 창원에 사는 한 중학생이 올해 5월 모교인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하다 붙잡힌 일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특히 해당 학교는 교육부 지침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교육청이 이 사실을 통보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됐습니다.

이처럼 도내 학교에서 불법 촬영 관련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도교육청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긴급대책반을 꾸려 운영하면서 이달 말까지 탐지 장비를 이용해 학교 전수 점검을 시행할 방침입니다.

또 피해자 지원 및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해 교직원 대상별 양성평등 교육 등을 추진하며 보고가 누락된 학교에 대한 책임도 추궁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도교육청의 이런 행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땜질 처방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김해지역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김해교육연대는 이날 김해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이 단체는 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할 계획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 만에 언론에 알려지면서 도교육청의 대처에 대한 여러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과 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여론의 압박이 이어지는 와중에 박종훈 교육감이 직접 나서 미봉책이 아닌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했습니다.

박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 월요회의에서 "도민과 학부모, 여성 교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올린다"며 "가해 혐의자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계획은 다 버리고 원점에서 새롭게 생각해달라"며 "우리가 확보한 예산으로 불법 촬영물을 감지할 수 있는 기기가 모든 학교에 도입되도록 선조치하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