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 성폭력 근절 정책을 총괄해야 할 교육부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5개월째 공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근 현직 교사들의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가 잇따라 적발되는 등 교내 성폭력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늘(13일) "경력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을 올해 1월부터 2차례 공모했으나 적격자가 없었다"며 "8월께 재공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은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을 추진하고 학교 구성원이 연루된 성희롱·성폭력 사안 대응 등을 담당하는 서기관급 직책입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교육부를 포함해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8개 부처를 양성평등 주요 부처로 보고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을 신설해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 초대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은 내부 직원으로, 올해 1월까지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민간 개방직으로 전환되면서 공석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타 부처 출신 서기관이 직무 대리 역할을 잠시 맡기도 했으나 현재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측에서 먼저 후보군을 추천하면 그중에 적합한 인물을 교육부에서 선발하게 돼 있는데, 1차 공모 때는 인사처에서 추천한 후보가 없었고 2차 공모에선 추천된 후보는 있었지만, 교육부 내부적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 채용공고문에 따르면 교육·교육행정, 양성평등 정책,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예방 등과 관련한 민간 근무·연구 경력이나 공무원 경력, 법인·비영리민간단체에서 부서 단위 책임자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반년 가까이 자리를 비우면서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최근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가 교내 여자 화장실에 설치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잇따라 발견돼 학교 현장도 성범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내 성폭력 대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주체가 바로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 이후 강화된 성폭력 방지 대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해야 할 일입니다.
교육부가 다음 달 3차 공모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더라도 채용 절차에 보통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임용되는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은 올해 4분기에나 업무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용 기준이 이전과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폭력 예방과 교육 행정 양쪽 경험을 모두 해본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공모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가능한 한 빨리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