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에는 방학 때 밖으로 엄청나게 놀러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방학인데도 온종일 집에만 있는 날이 많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삶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되자 '언택트'(비대면·비접촉)가 대학 여름방학의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생들은 방학 기간 주된 활동이었던 아르바이트, 해외여행·연수, 학원 수강 등이 어려워지자 사회적 접촉이 최소화된 자기계발, 취미, 소규모 국내여행, 온라인 강의 수강, 독학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취업정보 사이트 캐치가 대학생 회원 1천4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름방학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67%가 여름방학 계획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23살 한양대생 김 모 씨는 "원래 예정은 8월에 싱가포르 교환학생을 가서 주변국을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교환학생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돼버렸다"며 "사람이 몰리는 곳은 불안해서 친구들끼리 서울 근교에 있는 펜션을 다녀오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숙박업계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음성원 미디어정책총괄은 "여름에 해외로 나가던 여행 수요가 국내로 돌려지고 있다"며 "에어비앤비는 20∼30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올해 여름 예약자들은 타인과 접촉이 적은 펜션·독채 빌라 숙소와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학 기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자기계발로 여름방학 활동을 대체하는 대학생도 많습니다.
성균관대 재학 중인 23살 A 씨는 "여름방학 기간 사기업에서 뽑는 인턴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채용 규모가 너무 줄어 공인회계사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여름방학 일부 대학가 카페 아르바이트생 채용에서는 온라인 강의와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채용 규모가 줄어 경쟁률이 200대 1을 넘는 기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이화여대 학생 23살 권 모 씨는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는 재택근무여서 나는 괜찮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거나 생활비를 위해 일거리를 구해야 하는데 구하지 못해 돈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자격증 준비 등을 위해 방학 기간 학원을 찾던 이들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수강을 꺼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권 씨는 "프랑스어 학원에 다니려고 했는데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걸 보니 무서워서 못 다니겠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마음 놓고 배울 수가 없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한신대생 23살 오 모 씨는 "학원에 다니려고 했는데 한여름에 강남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마스크를 쓰고 왕복하기가 엄두가 안 나 포기했다"며 "교재와 온라인 강의로 집에서 독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자 오히려 자기계발과 취미에 쓰는 시간이 늘었다는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24살 이 모 씨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덕분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이 줄어 자격증 준비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준비처럼 자기계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한양대생 김 씨도 "명함이나 커스텀 신발을 만드는 취미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주변과 적당한 사회적 거리가 생기면서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경우 우리가 초연결 사회에서 살아왔다고 한다면, 지금은 코로나19로 인간과의 연결이 줄어든 과소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며 "하지만 젊은이들이 그렇다고 해도 우리 삶의 본질적인 부분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지속하는 한 대학생들의 '언택트' 생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언택트' 삶의 장단점을 경험해본 대학생들의 생활 양식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상태의 중간 지점, '제3의 자리'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