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딸이 병원에서 퇴원한 지금은 제대로 걷지도 못해요."
지난달 12일 경기도 안산의 A 유치원에서 첫 집단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후 총 118명의 유증상자가 확인됐다. 이 중 69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6명은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12일 현재 입원한 36명 중 34명(10일 기준)이 퇴원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집단식중독 피해 아동인 B 양(4)의 엄마 C 씨(43)는 "아이가 3주간 입원을 하고 집에 왔는데 행동하는 게 쌍둥이 동생과 비교해 너무나도 달라져 보고 있으면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C 씨는 "쌍둥이 동생보다 말도 빠르고 더 강했던 아이가 말도 어눌해지고 표현하는 것도 서툴러졌고,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 한 시간을 하염없이 울때도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A 유치원을 다니던 두 아이가 장 출혈성 식중독과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치료를 받은 안현미 씨도 아이들이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 씨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다 나아서 퇴원한다고 생각하는데, 병원에서 해줄 치료가 없어서 나가는 것일 뿐"이라며 "아이들은 여전히 어지럼증과 복통, 코피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트라우마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보름간 입원 후 집으로 온 다섯살짜리 막내가 자면서 소변을 가리지 못하곤 한다"며 "입원했던 아이 중 다시 기저귀를 차는 아이가 여럿 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원생 절반 정도가 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16명이 햄버거병에 걸렸는데, 원인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또다시 이런 엄청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안산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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