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딸을 15년간 병간호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모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70살 A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A 씨에 대한 1심의 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장기간 병간호하는 모든 사람이 피고인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라는 점과 우울증과 불면증을 얻으면서 15년간 피해자를 병간호하는 것 외에 피고인에게 다른 대안이 제시된 적이 없다는 점 등 대립하는 사정으로 재판부도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간병 살인이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간병인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24일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딸 B(당시 48세) 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혼자 움직일 수 없던 B 씨의 대소변을 받는 등 15년간 돌봤습니다.
그는 오랜 병간호 생활로 인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범행 전 가족들에게 "딸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며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B 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15년간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돌보며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이 죽으면 피해자를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같이 죽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