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올해 수능 난이도를 예년보다 쉽게 하거나, 어렵게 내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학사과정이 이뤄지지 않아 고3 재학생들이 입시에서 불리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고3과 재수생 간 학력격차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3-재수생 격차? 우려할 만한 특이점 없어"
8일 평가원은 지난 6월 18일 실시된 2021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졸업생 비율, 등급구분 표준점수, 등급별 비율, 최고점 등을 살펴본 결과 예년과 비교해서 우려할 만한 특이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올 수능에서 쉽게, 어렵게 내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6월 모의평가 결과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간 성적에서 특이한 점은 확인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생과 재학생 간 성적 차이는 존재한다"며 "예년 성적차와 이번 6월 모의평가 성적차를 비교해본 결과 예년 수준 내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졸업생과 재학생 간 성적 격차가 예년 대비 더 벌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출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평가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활용된 고3-재수생 간 점수차, 1·2등급 비율 차이 등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평가원 관계자는 "모의평가 성적결과 분석은 수능을 출제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입시전문가도 "수능 쉽다고 고3 유리하지 않아"
코로나19에 따른 수능 난이도 조정은 없다는 평가원의 판단에 입시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수능 난이도를 낮춘다고 해서 고3 재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며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최근 10년간 치러진 수능 채점 결과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난이도 격차가 고3·재수생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며 "난이도에 상관없이 불규칙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경우 오히려 고3 재학생 중 최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며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험생 모두에게 입시 안정성을 도모해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고 했다.
◆ 6월 모의평가, 작년 수능 난이도와 대체로 비슷
이번 6월 모의평가는 지난해 수능 난이도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됐다. 수학 가형이 다소 어려웠고, 국어와 수학 나형, 영어는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로 출제됐다.
6월 모의평가 만점자 비율을 작년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와 수학 나형은 증가한 반면 수학 가형은 감소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만점자 비율이 국어 0.16%, 수학 가형 0.58%, 수학 나형 0.21%로 집계됐다.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선 국어 0.32%(전년도 수능보다 0.16%P↑), 수학 가형 0.21%(0.37%P↓), 수학 나형 1.21%(1%P↑)로 나타났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지난해 수능에서 7.43%였으나 이번 모의평가에선 8.73%였다.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국어 92점(전년도 수능 91점), 수학 가형 88점(92점), 수학 나형 93점(84점)이었다.
◆ 6월모평 응시자 수, 작년보다 7만여명 감소
이번 모의평가에는 총 39만5486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고3 재학생 33만9658명, 졸업생 5만5828명이었다. 응시 지원자 48만3286명의 81.8%가 실제 시험을 치렀다. 이는 54만183명이 지원해 46만6138명이 응시한 전년도 6월 모의평가의 응시 비율인 86.3%보다 4.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등교중지 조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은 전체 수험생의 14.1%로 전년도 14.8%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올해 졸업생 비율이 생각보다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예년 추이를 살펴보며 올해 졸업생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재학생들 특성은 어떤지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 결과를 정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입전략 세우는 데 6월모평은 중요지표"
이번 모의평가 성적통지표를 받아드는 수험생들은 향후 대입전략을 세우는 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을 토대로 오는 12월 치러질 수능에서 수험생 자신의 점수를 예측해 올해 수시모집에서 어느 대학들에 지원할지 결정하라는 조언이다. 수시모집 지원 횟수는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6월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학생부 교과 성적과 자신의 대학별고사 능력을 평가해 수시 지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모의평가 성적으로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미리 파악한 뒤 수시 지원 대학을 선택해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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