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 공원 내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 [이윤식 기자] |
지난 2일 찾은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 공원. 이곳에 우뚝 선 '서울-부산간 고속도로 준공기념탑' 정면에는 50년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이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반세기가 흐른 지난달 말 준공탑 옆에 새로 세워진 '준공 50주년 기념비'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경부고속도로는 50년 전인 1970년 7월 7일 '대전-대구 구간' 완성에 따라 428㎞ 전 구간 준공했다. 당시 정부는 '5000년 우리 역사에 유례 없는 대토목공사'이자 한국 근대화의 기틀이 될 경부고속도로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의 추풍령휴게소 인근에 육중한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30.8m의 준공 기념탑을 세웠다.
이한림 당시 건설부 장관(지금의 국토교통부)은 기념탑 후면에 "이 고속도로는 박 대통령 각하의 역사적 영단과 직접 지휘 아래"에 "우리나라의 재원과 우리나라 기술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힘으로"이뤄졌다고 썼다. 또 이 도로를 "조국근대화의 목표를 향해 가는 우리들의 영광스런 자랑"이라고 평가했다. 권위주의 군사정권 아래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문장이다.
↑ 지난 2일 경북 김천 추풍령휴게소 공원 내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주언, 이한림 건설부 장관 등 경부고속도로 참여자 530여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윤식 기자] |
이 기념비 옆에는 주원·이한림 전 건설부 장관을 비롯해 건설부 관료, 국방부 건설공병단 장교, 설계 건설업체 관계자 등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한 530여명의 이름을 새긴 명패석이 들어섰다. 이 명패석에는 "경부고속도로 곳곳에는 대한민국이 번영을 꿈꿨던 건설역군 890만명의 혼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면서 "긴 세월 탓에 그분들의 모든 이름을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묵묵히 일했던 귀한 손길들을 기억"하겠다고 새겨졌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대역사를 진두지휘한 박 전 대통령 이름은 기념비 그 어디에도 없었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기념비에 박정희 대통령 이름이 없다는 것이 너무 황당하다"면서 "대통령이 내린 결단에 대해 이름 석자는 쓰는게 도리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야 말로 박 대통령이 밀어붙였다. (1960년대) 당시 우리가 그런 고속도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경부 경부고속도로기념사업회 회장도 "경부고속도로는 박정희 대통령을 얘기 안하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기념비에 언급되지 않는 데 대해서는 "기존 준공기념탑에 박 전 대통령이 표시돼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당시 공사 감독자들의 모임인 '77회'를 토대로 한 단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 50주년 기념비는 건설 참여자들을 이름을 새겨 그들의 노고를 기리는 기념비"이라면서 "일부러 '대통령께서 해줘서'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준공탑에 이미 박 전 대통령 휘호가 있다"며 "명패석(기념비)은 건설참여자 위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구상은 박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 아우토반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1967년 제6대 대통령선거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정부는 △1968년 서울-수원-오산(46.4㎞) 구간 △1969년 12월 오
[경북 김천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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