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 운영에 나섰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폭염 시즌까지 겹치면서 노인과 어린이 등 노약자들의 여름나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울산시는 올 여름 폭염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기존 625곳에서 934곳으로 늘렸다. 지난해 연말 울산시와 은행들이 무더위 쉼터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올해 은행 영업점 등 309곳이 추가 지정돼 그 수가 크게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평균기온은 평년의 17.2~24.5℃ 수준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일수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일수는 2015년 15일, 2016년 24일, 2017년 26일, 2018년 39일, 2019년 25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소 줄었으나 매년 증가 추세다.
울산과기원 폭염연구센터도 올 여름 폭염이 평년보다 잦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당수 무더위 쉼터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더위 쉼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 문을 닫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934곳의 무더위 쉼터 중 경로당은 557개로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문을 연 경로당은 1곳도 없다. 전체적으로 무더위 쉼터는 증가했으나 활용 가능한 곳은 377개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문을 연 무더위 쉼터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무더위 쉼터 기능과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정반대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무더위 쉼터는 닫힌 공간에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가동해 폭염을 피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대책은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것을 금지하고, 에어컨도 가동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폭염을 피하자니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고, 코로나 방역에 동참하자니 폭염에 따른 건강상 피해가 걱정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야외 무더위 쉼터를 지정했으나 기존 공원이나 마을 정자 등에 쉼터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이어서 폭염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운영 관련해서는 폭염과 코로나19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노약자는 폭염과 코로나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폭염 대책과 코로나 대책은 상충하고 있다. 노약자들이 폭염 속에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에너지 약자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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