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출국길이 막힌 유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며 9월 개강을 앞두고 출국 일정도 세우지 못해 유학생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한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에 합격한 김 모씨(29)는 9월에 학기가 시작하지만 출국 일정을 잡지 못한 채 동네 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씨는 대학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고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자 발급이 막혀 현지에서 근무를 할 수 없게 되자 비싼 학비를 모두 지출해야 될 상황에 놓였다.
미국 학교 측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는 있지만 근무를 해야만 학비 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비를 지출해야 한다"며 "입학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안을 검토중"이라고 통지했다. 개강이 2달을 앞뒀지만 여전히 학교 측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김씨는 난감한 입장이다.
유럽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 모씨(29)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씨는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자 지난 5월께 귀국했다. 하지만 유럽 상황도 여의치 않아 출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내 소규모 연구소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해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전씨는 "코로나가 가을 이후 재확산 된다는데 마냥 한국에서 상황만 지켜볼 수 없어서 단기 일자리라도 구했다"며 "졸업 일정도 늦어질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유학생에 대한 해외 대학들의 방침은 제각각이다. 유학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일부 대학들은 9월 학기를 절반은 대면 수업, 절반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수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 머물기보다는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낫다고 판단한 유학생들도 속속 복귀했다.
해외 대학들도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미국국제교육자협회(NAFSA) 조사에 따르면 해외 학생들이 올해 가을학기 미국 대학에 등록하는 인원은 전년 대비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협회는 "코로나 이후 유학생, 교환학생 등 프로그램 단축과 취소로 이미 10억달러의 손실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외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21만3000명이다. 이 중 북미와 유럽 지역에 재학하는 학생은 10만명에 달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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