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생전 경찰 조사에서 오히려 죄인 취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도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밝힌 최 선수의 지인 A씨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 출연해 "고통보다 억울함이 앞섰던 숙현이는 어렵게 용기를 내 경찰에 문제제기를 했다"며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되게 힘들어했고 너무나도 실망을 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숙현이는 경찰에 가서 진술하고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제기한 그런 문제들이 별일이 아닌 듯한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며 "경찰 조사에서 오히려 자기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오히려 너무 힘들어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이 고인에게) '별것도 아닌 일, 운동선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 선수가 스포츠인권센터에도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숙현이는 절박한 마음으로 스포츠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결국 '문화'에 있다"며 "선배와 후배, 그리고 선수와 감독 간에 갑을관계가 명확히 나눠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문화가 자리잡혀있기 때문에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지도자들의 폭행을 선의로 합리화한다"며 "(이 문화를) 뿌리 뽑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간에 존중이 오가는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최 선수가 극단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씨 측은 지난달 25일 가혹행위 피해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 최씨 가족측 대리 법무법인이 해당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성규 기자 sgmaeng@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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