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평(660㎡) 마늘 농사를 지으면 손에 쥐는 돈은 한 푼 없고 200만원이나 손해를 보는데 누가 마늘 농사를 짓겠습니까"
국내 최대 마을 주산지인 경북 의성군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70)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마늘 수확이 한창이지만 수확의 기쁨은 커녕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다며 하소연했다. 1980㎡(약 600평) 규모 밭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김씨는 "인건비 하루 일당 10만원에 자재비 종자값 등을 포함해 660㎡(200평)당 생산비만 400만원 가량 들어갔다"며 "올해는 200평 수확 해봐야 건지는 돈은 2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마늘 주산지로 유명해 '갈릭'의 고장으로 불리는 의성군이 마늘값 폭락으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외식업계 침체와 학교 급식 중단, 김치 완제품 수입 증가 등으로 인해 마늘 소비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의성군은 국내 토종 마늘 종자(6쪽 마늘)인 한지마늘 주산지다. 국내 한지마늘 총 생산량의 4%가 의성군에서 재배된다. 의성 한지마늘 재배 면적은 1322ha, 생산량은 연간 1만3230t에 달한다. 의성 마늘은 조선 시대인 1526년(중종 21)부터 재배되기 시작해 500년 가까이를 이어 온 의성의 대표 특산품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를 지닌 의성 마늘은 올해 가격 폭락으로 인해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성군에 따르면 올해 한지마늘 밭떼기 평균 거래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660㎡당 400만원∼450만원에 거래되던 밭떼기 거래는 올해 최대 57% 감소한 230만원∼250만원에 거래됐다. 도매가격도 1kg에 평년 6500원과 비교하면 올해는 2500원에 불과해 61%나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의성에 한지 마늘 폐기 지원금으로 660㎡에 212만원을 책정했지만 농민들은 생산비도 안 나오는 밭떼기 거래 지원금을 기준으로 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올해 마늘값이 폭락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와 마늘 과잉 생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늘은 김치에 많이 들어가지만 외식업계 등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수입 김치 완제품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학교 급식까지 중단되면서 마늘 소비가 급감한 상태다. 국내산 마늘을 사용하는 국내 김치 가공업체도 역시 외식 업체들의 소비 부진 인한 주문 감소 등으로 인해 예년보다 주문 물량이 크게 줄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마늘 작황까지 좋아 의성군의 마늘 생산량은 1만3482t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상태다.
마늘 소비가 급감하면서 의성군도 마늘 생산 장려금과 소비 판매 대책을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군은 6억원의 군비를 투입해 일정등급 이상의 수매판정을 받은 물량에 한해 최근 5년간 평균가격 미만시 kg당 일정 가액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생산비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액이다. 또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직판행사와 직거래장터, 특판행사 등을 통해 마늘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판매 활로를 찾기도 여의치가 않다.
이로 인해 생존 위기에 직면한 마늘 재배 농민들은 최소한 생산비만큼은 보장해 달라며 정부를 향해 마늘 전량을 수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의성지부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의성군지회는 지난달 27일에 이어 오는 24일에도 의성군에서 생산비
[의성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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