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그룹 '싹쓰리' 멤버 유재석, 이효리, 비가 MBTI 검사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이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성격유형검사 MBTI는 에너지 방향·인식 유형·판단 방식·생활양식으로 구성된 네 지표를 각각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나눠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검사지만 최근 들어 SNS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 MBTI, 급부상한 이유는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이 적은 상황에서 MBTI 검사 결과로 화제를 만들고 상호작용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학생상담센터장)는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MBTI는 기존 검사에 비해 문항 수가 적고 약식으로 구성돼 있다. 짧은 시간 내 자신을 파악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부합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검사를 즐기는 이들은 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다. 이들 사이에서 MBTI는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내 'MBTI별 빵 봉지 묶는 방법', 'MBTI별 음식 엎었을 때 반응', 'MBTI별 이별을 결심하는 이유' 등에 자신의 MBTI와 반응을 밝히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변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내가 틀린 게 아니었네'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안정감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 공감 능력 없는 T, 감정적인 F?
온라인에 게재된 MBTI 관련 게시물 가운데 'MBTI에서 T와 F의 차이점 짤 하나로 설명 가능'이라는 제목의 글이 특히 유행했다.
이 게시물에서는 차 사고가 나서 친구에게 연락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이 '보험 들었어?' 일 경우 T와 F가 보이는 반응의 차이를 설명한다. T는 '보험에 들었나?' 하며 고민하는 반면 F는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나 T인데 맞다", "나는 F인데 보험 들었냐고 물어보면 서운하다"며 공감했다.
반면 자신은 T 혹은 F인데 유형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변 교수는 "T와 F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조직 내 역할이나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게시물은 T성향은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처럼, F성향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처럼 표현한다. 이외에도 E는 '인싸', I는 '아싸'로 극과 극인 것처럼 묘사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실제로 E나 I는 완전히 반대 성향이 아니다"며 이분화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 "난 특정 유형이랑 안 맞아" 경계해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연락 중인 사람 나랑 MBTI 정반대인데, 안 만나는 게 좋겠지?"와 같은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MBTI를 재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 '과몰입'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변 교수는 "MBTI로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이 유형인데 왜 유형 특성에 맞게 행동하지 않지?'하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을 바라볼 때도 MBTI 유형에 따라 일반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재미로 하는 건 좋지만 중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나 타인과의 관계를 규정할 때 MBTI를 바탕에 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 얘긴데?"…보편적 특성 나열한 것뿐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몰입 현상이 나타난 원인으로 바넘효과를 언급한다.
바넘효과란 성격에 대한 보편적인 묘사들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서 교수는 "과거 유행했던 혈액형 성격론처럼 바넘효과로 인해 어떤 성격 유형이 주어져도 해도 '내 이야긴데?'하고 느낄 수 있다"며 "전 세계 사람을
변 교수는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MBTI 결과에는 유형별 특성이 모호하게 기술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과하게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을 이해하는데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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