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코로나19 여파에 한 학기 내내 제대로 된 수업 한번 듣지 못한 채 기말시험을 치러야 하는 대학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오늘(15일) 부산대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 불만 글이 잇달아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은 "이번 학기 15학점을 신청했는데 과제가 43개"라며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아직 과제가 5∼7개 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과제 할 시간도 없는데 기말고사 준비까지 해야 한다는 학생의 넋두리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생명자원과학대 한 학생은 "해도 해도 과제가 끝이 없는데 평가 비중은 과제 40%에 기말고사 60%"라며 "기말고사 범위도 산더미인데 언제 공부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학생은 "교수한테 전공 수업을 들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인터넷 검색으로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이건 비싼 등록금 내고 한 학기 내내 자습하는 것 같다"는 푸념도 나왔습니다.
모 학과의 경우 15개 전공과목 중 3개 과목은 인터넷 강의였고 나머지 12개는 과제로 대체됐다는 것이 학생들 설명입니다.
과제는 많은데 정작 교수 피드백은 없거나 신속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A 학생은 "과제를 제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교수가 채점도 하지 않고 피드백도 없다"며 "대학교 수업이 설명이라도 해주는 '구몬수업'보다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산대는 지난 4월 1학기 전체를 재택수업으로 운영한다는 공지와 함께 필요한 경우 과제활용수업을 하되 과제에 대한 충실한 피드백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교수가 환경이 여의치 않다며 동영상 강의 대신 과제를 많이 내줘 학기 내내 '과제 폭탄'에 오히려 등교수업보다 더 힘든 실정이라고 학생들은 전했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진행하더라도 교재를 읽는 수준에 그치거나 형식적으로 진도만 나가 학생 불만이 상당합니다.
인터넷 강의나 과제도 없는 등 한 학기 내내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방대한 시험 범위의 기말고사를 예고한 한 부산대 교수는 문제가 불거지자 학생에게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앞서 부경대와 해양대 등은 과제물 수업을 폐지하고 온라인 강의로만 수업을 진행했지만, 외국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소감문을 작성하도록 해 부실 수업 지적을 받았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 한 교수는 온라인 강의 중 대중가요를 불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제대로 된 수업 없이 과제 제출과 기말고사로 학점을 매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지난 5일 홍익대는 학점 평가 공정성 논란에 선택적 패스제를 처음 도입한 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이 이 제도를 받아들였습니다.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패스로 표기된 성적은 학점 계산에 반영되지 않으며,
일부 부산대 학생들 역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산대 관계자는 "총학생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나 이와 관련한 여론을 듣지 못했다"며 "일부 학생 의견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로선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