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임신중절 수술 도중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아이가 태어났어도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오늘(11일)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3월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하려 했으나 아이가 살아있는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범행의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1심에서는 이를 유죄로 판결했다"며 "낙태죄는 무죄로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지만,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이 도래하지 않아 낙태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재판부의 신문 과정에서 "생존한 채로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숨이 꺾인 상태는 아니었다. 뱃속에서 죽은 상태는 분명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산모의 출혈이 심해 이를 신경 쓰느라 태어난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면서 의도적으로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앞선 태아 초음파검사 결과 심장병이 있었던 만큼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작았다"며 정상참작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앞서 1심 공판에서 검찰이 "출산 시 태아의 생존 확률은 99%였다. 이런 상태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낙태를 빙자한 살인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한 항변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A씨는 "어떤 경위든 30주가 넘은 태아를 수술한 것은 잘못"이라며 "산모가 강간을 당했다면서 부모가 부탁한 사정 등이 있지만 결국 제가 떨치지 못하고 수술해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A씨 측이 요청한 보석 심문도 진행했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산모의 모친이 '딸의 인생을 위해서 꼭 낙태 수술을 해달라'며 사정해 수술하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강간
현행 모자보건법은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해 임신한 경우 의학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와 A씨 측의 주장을 종합해 보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A씨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열립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