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강간 상황극을 유도하는 거짓글을 올려 실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지게 한 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남성이 항소했습니다.
오늘(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3년 등을 선고받은 29살 이 모 씨가 최근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을 '35세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을 사실로 믿은 39살 오 모 씨에게 혼자 사는 여성 집 주소를 알려줘 이 여성을 성폭행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항소 이유서는 아직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으나,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변경한 데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주거침입 강간 교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재판부는 그를 주거침입 강간 간접정범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간접정범은 죄가 없거나 과실로 범행한 다른 사람을 일종의 '도구'로 이용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할 때 적용합니다.
앞서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검찰에 간접정범 법리를 적용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강간범 역할을 한 남성(오 씨)에게 범행 의도가 있었으면 이 씨는 검찰 논리대로 강간 교사로 처벌됐을 것"이라며 "재판부가 직접 공소사실을 바꾼 과정에 대해선 판례를 살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항소심에서 양형 부당 주장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와 함께 불구속 기소
대전지검 관계자는 "사안의 성격이나 피해 중대성에 비춰볼 때 법원 판단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며 항소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15년을, 오 씨에게 징역 13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