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가 방역 당국에 "무직"이라고 속이는 바람에 학원 수강생과 과외생 등 중고생들이 무더기로 감염됐습니다.
오늘(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102번 확진자 25살 A 씨는 지난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하고 미추홀구 보건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은 뒤 9일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모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초기 조사 땐 무직이라고 진술하며 학원 근무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미추홀구는 A 씨 진술이 실제 동선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미추홀경찰서에 A 씨 휴대전화 위치정보(GPS) 추적을 의뢰한 끝에 지난 12일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A 씨의 동선을 보면 그는 2∼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6일 오후 7∼11시 미추홀구 학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고교생 9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7일에는 연수구 가정집에서 중1 여학생을 상대로 과외수업도 했습니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황금연휴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지난 6일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한창 커질 때 A 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을 만나며 수업을 한 것입니다.
A 씨가 내뱉은 거짓말의 대가는 컸습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A 씨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학생 7명, 성인 4명 등 모두 11명입니다.
우선 그가 강사로 근무하는 학원에서만 고등학교 1학년 4명(남자 1명, 여자 3명), 고3 여학생 1명 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A 씨로부터 과외를 받는 여중생, 그리고 여중생의 쌍둥이인 중1 남학생까지 합치면 확진 학생은 모두 7명에 달합니다.
확진 학생들은 학교도 가지 못한 채 학원과 과외수업으로 공부를 보충하다가 졸지에 병원 음압병상에 격리 입원이 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A 씨와 같은 학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강사, 과외 학생의 어머니, 과외 학생 어머니와 접촉한 또 다른 과외교사, 지난 5∼6일 A 씨와 접촉한 인천 103번 확진자 등 성인 확진자는 4명입니다.
문제는 감염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천시는 강사에 감염된 학생 2명이 방문한 교회 2곳의 신도 1천50명에게 즉시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해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A 씨처럼 본인의 동선을 속이는 거짓 진술은 사회를 위협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방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추가 감염 확산 이후에야 대응할 수 있게 돼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노력에 커다란 구멍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박규웅 인천시 건강체육국장도 이날 인천시청 브리핑에서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역학조사관에게 학원 강사라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접촉 학생들을 곧바로 자가격리함으로써 추가 감염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시는 A 씨가 근무한 학원에 1주일간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확진자들이 다닌 교회와 학원을 중심으로 1천473명에 대해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는 아울러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며 추가 접촉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는 방역 당국에 자신의 동선과 직업을 속인 A 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