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탄생일인 5월 12일, 오늘은 '국제 간호사의 날'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그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규모 감염 확산으로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에서 고군분투했던 대구 지역 간호사들을 찾았습니다. 프레스룸 기자를 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유호정 기자, 현재 있는 곳은 어디고, 대구 분위기는 어떤가요?
【 기자 】
네, 저는 대구 의료원입니다.
여기는 라파엘 병동 4층인데요. 원래는 이곳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나오는 4층 병동 로비였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지금은 로비가 간호사실로 개조됐습니다.
대신 안쪽으로는 이동식 음압병실을 설치해 많은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데요.
병실로 들어갈 땐 방호복을 완전히 갖춘 후 전실을 통과해야 하고요.
나올 땐 완전히 소독을 한 후 또 다른 문을 이용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상도 의료 인력도 부족해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오던 대구였는데요. 오늘 제가 본 대구는 조심스럽지만 하나씩 일상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덴 간호사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이곳 간호사분들의 치열한 현장을 담아봤는데요. 화면으로 준비했습니다.
【 VCR 】
"여기가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해있는 음압병실 바로 앞인데요. 여기서부터 간호사들이 환자까지 가기 위해서만 총 3개 방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첫 번째 방입니다. 이곳에는 이렇게 환자에게 전달된 물품도 보관돼 있기도 합니다. 지금 들어온 문이 닫혀야 그다음 문이 열리게 돼 있는데요. 여기서부터는 방호복을 완전히 갖춰야지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다음 공간에 들어가서도 또 하나의 방이 나오는데요. 그 전실을 거쳐야지만 환자에게 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방호복은 입는 데만 5분이 넘게 걸립니다.
이렇게 한번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면 최소 한두 시간은 일을 하는데, 그 사이 몸은 땀으로 흥건해지기 일쑤입니다.
옅은 파란 옷이 땀에 젖어 짙은 파란색이 되기도, 손이 퉁퉁 불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환자의 상태 체크와 치료는 물론, 배식, 병실정리, 환자의 기저귀 교체까지, 병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간호사들의 몫입니다.
▶ 인터뷰 : 류지경 / 대구의료원 수간호사
"3교대를 하는데 아침 6시 반에 출근을 해서 인수인계를 한시간 받고 7시 반에 들어가면 아침먹이고 기저귀 갈고 체위 변경하고 이런식으로 하다보면 11시 반 10시 반에도 못 나올 때가 많아요. N95 마스크 끼거든요 덴탈마스크 말고 그러면 숨도 안쉬어지고 어지럽고 답답하고, 눈도 안보이고, 거기에 장갑 두 겹 끼거든요. 그러면 이 (간호) 스킬 자체가 많이 떨어지는데다가, 습기가 차서 이게 막 안보이고, 온몸은 땀으로 젖고 많이 힘들어요. 여름되면 더 많이 힘들텐데…."
방호복을 벗는 건 배로 번거롭습니다.
장갑, 방호복, 고글, 마스크 하나씩 벗을 때마다 손 소독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하루에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병실에서 생긴 의료 폐기물, 환자의 식사용기를 마지막까지 처리하는 것도 간호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이젠 일상이 됐습니다.
【 질문 2 】
대구 지역 신규 확진자 없어도 아직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많은 상황이죠?
【 기자 】
네, 이곳 대구의료원에는 최대 355개 병상이 있는데요. 350명까지 입원을 했던 상황입니다.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160명이 넘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요양병원, 정신질환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있어 간호사들의 손이 더 많이 필요하고요.
또 사망자도 적지 않았는데, 간호사들은 그 마지막 순간도 함께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곽소희 / 간호사
"아예 일어나질 못하고 식사도 혼자 못하시다 보니까 식사도 저희가 챙겨드리고 먹여드려야하고 약 같은 것도 다 저희가 챙겨드려야하고 기저귀도 다 챙겨드려야 하니까, 한 분 한 분이 개인 보호자 필요하신 분인데, 저희가 다 챙겨드려야하거든요."
▶ 인터뷰 : 이현진 / 대구의료원 간호사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배송해도 되냐고 하셔서 원칙적으로는 생화가 되지 않지만 생화가 배송이 됐더라고요. 안에 들어갈 수 없어서 할머니에게 사진을 찍어서 프린트를 해서 붙여드렸어요. 원래 기저질환 치매가 있으시고 잘 못 알아보시니까 '이건 뭐꼬' 이러시는데 그래도 마지막 딸들이 보낸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그런 꽃바구니를 마지막 순간에 볼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 환자고…."
【 질문 3 】
이제는 괜찮겠지 조금은 안심하셨던 분들도 오늘 모습을 보면 생각이 바뀌실 것 같은데요. 대구 간호사분들도 최근 서울 확진자가 나오는 얘기를 들었을 텐데요?
【 기자 】
네, 대구 지역 의료진분들도 이제는 서울 확진자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규모 감염 확산을 직접 겪었던 이들이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의 클럽 감염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데요.
관련 뉴스를 어떤 마음으로 봤는지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현진 / 대구의료원 간호사
"미쳤다 생각했죠. 미쳤다. 우리도 클럽 가고 싶고 우리도 놀고 싶고 술 먹고 싶고 맛있는 거 먹고 싶고 놀고 싶고 하지만 절제되고 지키고 참고 그러고 있는데 뭐 하는 건가. 생각이 있는 건가."
▶ 인터뷰 : 류지경 / 대구의료원 수간호사
"답답하죠. 왜냐하면 예를 들어 10월 30일까지다 이렇게 날짜가 딱 정해져있으면 저희도 힘을 받아서 아 그때까지만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근데 지금 재확진돼서 오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 인터뷰 : 이현진 / 대구의료원 간호사
"(간호사들을 향해) 처음에 영웅입니다 그대들은 뭐 코벤저스 이런 말들도 나왔는데. 한순간일 뿐인 거 같아요. 이벤트가 터졌을 때 확 떠올랐다가 잠잠해지면 잊혀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최전선에 있었던 이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대구의료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유호정 기자였습니다.
[uhojung@mbn.co.kr]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
사진출처 : 이학도 간호사 @hak_dorid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