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를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지만,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정상 출근 체제로 바꿨지만 사업장 내 방역과 직원 대상 문진표 작성 등의 예방 조치들을 당분간 완화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전혀 다른 경영환경을 맞이했고, 해외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만큼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기지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아울러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함에 따라 더욱 긴장감을 갖고 자금 상황 점검, 투자계획 재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사업장 방역은 더 철저히…"보수적 기조로 선제 대응"
대기업 상당수는 2월 말부터 시작한 재택근무를 지난달 초부터 중단하고 정상근무 체제로 돌아선 바 있어 생활방역 체계 전환에 따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사업장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열화상카메라 설치, 손 소독제 비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기존 방역 조치들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1명만 발생해도 해당 사업장을 폐쇄하고, 생산을 중단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방역 조치를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장 내 방역 조치를 섣불리 완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직원들 대상 온라인 문진 등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월부터 태스크포스(TF) 구성해 구성원과 가족, 협력사, 지역사회의 건강과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생활방역 전환에도 보수적 기조로 선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SK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근무시간 유연 설계와 재택·사무실 인력 분산, 보고·회의·교육의 비대면 방식 운영 등 '스마트 워크' 체제로 전환했으며 자체 생활방역 지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마스크 상시 착용과 회의 참석자 일지 작성, 엘리베이터와 식당 등에서 대화 자제 등의 생활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타격에 경영계획 수정…현금 확보 주력·투자계획 변경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글로벌 사업이 주축으로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심각함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는 지속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시아, 남미,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한 생산기지들이 잇달아 '셧다운'에 들어간 만큼 글로벌 생산기지 관리는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의 해외공장 대부분이 최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변함에 따라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TV 부문의 경우 국가별 상황에 맞게 신모델 판매 시점을 조정하고, 마케팅 활동을 재검토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신차 출시를 예정대로 출시하고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도 "해외 상황이 변수로 신차 구매가 장기간,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경우 사업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동차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안정적 운영을 위한 유동성 확보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 투자는 계속하되 경상 투자는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우선순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 속에 수요 변동성에 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화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LG화학은 연초 올해 투자 규모를 6조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달 말에는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신중한 집행을 통해 5조원 초중반으로 줄인다는 투자계획 변경을 발표했습니다.
LG화학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적 현금흐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일정 연기나 감축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 역시 올해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원가 개선과 자원 투입 최적화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SDI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하고 있다"며 "고객의 수요와 상황을 모니터링해 변동사항을 반영하면서 자원 운용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달 실적 설명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와 전방산업 수요 약세 등을 고려해 투자시점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포스트 코로나' 대응도 분주…"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정보기술(IT) 수요가 증가해 서버용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사업기회를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 2공장 양산은 기존 계획에 맞춰 진행하며 수요 전망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경과 관련,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뿐 아니라 조기 종식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 속에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 변동성에 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LG는 주요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구광모 LG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LG전자는 코로나19 이후 투자와 관련 "기본적으로 자산, 설비 획득 등은 줄이고 자동화와 클라우드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LG전자는 '언택트' 흐름과 관련한 IT 제품,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제품의 매출 확대와 이와 관련된 다양한 솔루션 사업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LG화학은 3세대 전기차(1회 주행거리 500㎞ 이상)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공략해 확실한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100GWh)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미국에 제2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8천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관련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부문 인턴을 뽑는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이번 황금연휴에 제주 등 국내 주요 관광지로 나들이객이 몰리며 일부 항공편이 매진되고 주요 항공편의 탑승률이 70% 안팎에 이르는 등 '반짝 특수'를 누렸습니다.
다만, 항공업계 전반적으로는 아직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당분간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노선 증편이나 운항 재개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달 들어 인천∼샌프란시스코와 인천∼나리타(成田) 등 일부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티웨이항공은 청주∼제주와 김포∼부산 부정기 노선 취항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 수요는 국내의 조치뿐 아니라 해외 각국의 조치와 연관된 부분이라 수요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