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직감한 금융기관 직원이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붙잡았습니다.
오늘(20일) 세종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세종농협 봉암지점 창구에 80대 할머니가 "1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겠다"며 찾아왔습니다.
창구에 있던 27살 성미정 주임은 평소 고액 인출을 하지 않는 할머니의 통장에 이미 같은 날 다른 지점에서 2천만원을 인출한 기록까지 있자 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했습니다.
"혹시 전화 받고 돈을 찾는 거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아니다"라고 답했으나 의심을 거두지 못한 성 주임은 급기야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마침 한 외국인 남성이 택시에서 내려 급하게 할머니 집 쪽으로 뛰어갔다 돌아오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그의 주머니에는 돈 봉투가 들어있었습니다.
성 주임은 그에게서 빼앗은 봉투 안에 자신이 방금 할머니에게 인출해준 1천만원 등 총 2천만원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봉암지점에서도 직원을 한 명 더 보내 경찰이 올 때까지 이 남성을 잡아뒀습니다.
2천만원을 우편함에 넣어뒀던 할머니는 그제야 자신이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성 주임에게 붙잡힌 남성은 지난 2월 입국한 말레이시아인으로, 그동안 11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이 우편함 등에 넣어둔 2억4천여만원을 훔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세종경
경찰은 성 주임 등 농협 직원 2명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줬습니다.
성 주임은 "자주 오는 분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 집까지 찾아가게 됐는데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해 깜짝 놀랐다"며 "평상시에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등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