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평소에도 눈이 뒤집히면 기억이 안 나거든요…"
지난 1월 길을 가던 연인 한쌍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은 첫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오늘(20일) 오후 살인·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54살 배 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배씨는 지난 1월 25일 새벽 용산구 효창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피해자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 씨의 연인 B 씨도 범행을 말리다가 배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일부러 A 씨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 차례 밀치며 시비를 걸었고, 근처 자기 집으로 들어가 흉기를 가지고 나온 뒤 뒤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배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평소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다"며 "사건 당시에도 심신미약 내지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씨도 "극도로 화가 나 집에 가서 흉기를 잡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 피해자를 쫓아가 찌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경찰차가 오는 것부터는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배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배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재판 도중 배씨는 "내가 칼을 들고 쫓아갔다는데, A 씨는 도망을 가지 않았다. 문제가 많았다"라고 말해 판사로부터 "지금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냐.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배씨는 또 "경찰이 수사를 '개판'으로 한다"고 하거나, 대뜸 일어나 A 씨의 가족과 B 씨가 있는 방청석을 향해 "죄송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A 씨 유가족들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배씨의 태도에 울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 씨의 아버지는 "이 사건은 남아있는 가족, 피해자와 결혼을 약
피해자 B 씨도 "기억이 안 난다는 피고인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는다"며 "거짓말로 감형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죗값을 받으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배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6일 열립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