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글로벌 증시가 연일 급등락하는 등 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세계인들의 눈길은 백신 개발에 쏠리고 있습니다.
진료 확대, 격리 조처 등 각국의 확산 차단 노력에도 확산세가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믿을 건 백신밖에 없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기업과 연구소 약 30곳에서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후보 물질에 대한 인체 실험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백신이 효과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진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어제(18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망했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각국의 백신 개발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제(17일)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약품을 첫 시험 참가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재 및 의약품 생산업체 존슨앤존슨(J&J)은 올해 11월에는 인체 실험을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이처럼 빠른 연구 속도는 과거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창궐 당시 관련 백신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됐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습니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원인이었습니다.
특히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학명 SARS-CoV-2)와 유전 물질이 80∼90% 동일합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 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배열 순서를 밝혀 이를 공유한 것도 빠른 백신 개발 속도에 일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량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오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상당합니다.
우선 3단계에 거쳐 진행되는 임상시험 과정 자체가 오래 걸립니다.
연구자들은 우선 건강한 사람 수십 명에 백신을 투여돼 부작용을 확인하고, 이후에는 질병이 확산한 지역에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백신의 효과를 시험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같은 환경에서 수천 명에게 백신을 투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후보 물질이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기 마련입니다.
부적격 후보를 충분히 거르려면 임상 시험을 서두르거나 대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백신이 모든 시험을 통과해 규제 당국 승인을 받기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승인을 받더라도 백신을 전 세계 수요에 부합하게 생산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신 개발은 사업적 위험 부담이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각 연구기관은 생산 시설을 애초에 많이 지어놓지 않습니다. 상용화 단계에서 백신 생산량을 늘리려면 시설을 증축해야 하는데, 이를 빠르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어느 곳에 백신을 우선 공급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정치적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염병 확산 범위가 백신을 개발해낸 특정 국가 내일 경우 정부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 먼저 백신을 제공하면 되지만, 병의 확산세가 국경을 뛰어넘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가들이 한정된 백신을 가지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 경우 결국 부유한 국가들이 백신을 많이 사들여 분배가 불공평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백신은 구매력 있는 국가들에 주로 넘어가 빈곤 국가에선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런 문제를 대비해 팬데믹 발생 시 빈곤국에 백신 공급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장애물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이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될 때쯤에는 이미 해당 팬데믹이 사그라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돌발적 세균 감염병(EID) 전문가인 아넬리스 와일더 스미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교수는 "백신을 사용하기 전에 팬데믹 확산은 이미 절정에 이른 후 감소세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