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오늘(17일) 3차 개학연기를 발표하면서 "실현 가능한 여러 대학입시 일정 변경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대입 일정 변경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개학연기 기자회견에서 "개학하고 학사일정이 시작돼야 1학기 학생평가가 완료되는 시점을 정할 수 있다"면서 "이에 맞춰 실현 가능한 대입 일정 변경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개학과 동시에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가 수능 등 대입 일정을 미룰지 당장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지역감염이 계속 일어나면 개학을 또 연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일부 지역만 개학을 연기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습니다.
유 부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개학 시기와 방식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대입 일정의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시모집 일정을 확정하려면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이 먼저 확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4차 개학연기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학생부 마감일도 현재로선 바뀔 여지가 충분합니다.
1학기 학생부 마감일은 매년 8월 31일로 올해도 현재까지는 그대로입니다.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되면서 원래 4월 말∼5월 초인 중간고사는 5월 중순∼5월 말로 밀리거나 수행평가로 대체되는 등 아예 생략되고, 보통 7월 초인 기말고사는 7월 중순∼7월 말로 밀릴 상황입니다.
여름방학은 보통 7월 중순∼8월 중순 4주 정도였는데, 올해는 대다수 학교 여름방학이 7월 중하순 또는 8월 초·중순 2주 정도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런 일정이면 교사가 학생부를 마감하고 학생이 검토·수정할 시간이 예년보다 몇 주나 부족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지금 상황만으로도 학생부 마감일은 1∼2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올해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 7∼11일 시작하기로 예정돼있습니다.
교육부가 학생부 마감일을 9월 7일이나 14일로 1∼2주 미루면 수시 일정도 함께 순연돼야 합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개학이 연기되면서 여름방학도 줄어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수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면서 "모든 수험생이 비슷한 조건에 있기 때문에 본인만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11월 19일로 예정된 2021학년도 수능 연기 여부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코로나19가 상반기 안에만 퇴치된다면 수능 준비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수능 출제위원은 보통 10월께 40일가량 합숙하며 수능 문제를 만듭니다. 10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지 않는다면 수능 출제에는 문제가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고3 재학생들이 수능 준비를 완벽히 마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만약 2학기 학사일정까지 영향을 미쳐 보통 10월 초 치르는 2학기 중간고사까지 몇 주 미뤄지는데 수능 날짜는 그대로라면, 학생들은 막바지 수능 대비에 쫓기게 됩니다.
이 경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과중해지고, 유명 입시학원 단기 특강에 학생들이 몰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고3 재학생과 재수생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수능 연기 여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입니다.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학사일정 차질로 고3이 혼란을 겪는 탓에 수능만 준비하는 재수생이 더 유리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준비 시간의 격차로 재학생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나 (수험생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시간을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능은 1993년(1994학년도) 도입된 이래 세 차례 연기된 바 있습니다.
수능 연기 발표는 2005년에는 3월, 2010년에는 2월에 미리 이뤄졌습니다. 2017년에는 수능 바로 전날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수능을 일주일 뒤로 전격 연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