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되자 돌봄공백 장기화에 한계를 느낀 학부모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집단감염이 두려워 학교에 흔쾌히 보내기도 어렵다는 게 대다수 학부모 입장이지만, 당장 선택지가 없는 맞벌이 가정은 잇따른 개학 연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교육부는 오늘(17일) 오후 전국 학교 개학을 4월 6일로 2주일 더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3일과 이달 12일 발표에 이어 3차 개학 연기입니다.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해오던 긴급돌봄은 오후 7시까지 계속 제공합니다.
이날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충북 청주에서 가정 방문 독서지도사로 일하던 38살 여성 A씨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잠시 중단했지만, 더 미루기는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수업을 재개하면 당장 7살과 10살 자녀를 돌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A씨는 "남편은 휴가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고 시댁과 친정 모두 타지여서 남들처럼 '부모 찬스'도 쓰기 어려운 처지"라며 "결국 어린이집이나 학교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뿐인데 감염 우려 때문에 돌봄교실에 보내는 것도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재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긴급돌봄 참여율은 현저히 낮습니다.
교육부가 이달 6∼9일 벌인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에서는 초등학생 272만1천484명 가운데 6만490명(2.2%)의 학부모만이 긴급돌봄을 신청했습니다.
대구 지역의 경우 전날 기준 긴급돌봄 참여율은 유치원 411명(1.1%)과 초등학교 255명(0.2%)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유치원 137곳 가운데 46곳은 긴급돌봄 대상 원생이 1명뿐입니다.
전날 기준 충북에서는 전체 어린이집 원생 4만1천654명 중 9천222명(22.2%)만 어린이집에 나와 긴급돌봄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아동은 '부모 돌봄'이 2만8천676명(68.8%)으로 가장 많았고 친인척 돌봄 3천576명(8.6%), 아이 돌보미 이용 180명(0.4%) 순이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경우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비율은 더 낮았습니다.
충북 지역 315개 유치원의 원생 1만4천793명 중 실제로 긴급돌봄에 나온 아동은 1천164명(7.9%)에 머물렀습니다.
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7만1천141명 중 1천232명(1.7%)이 긴급돌봄을 신청, 842명(1.2%)만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대다수 가정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자녀를 되도록 집에서 돌보고 싶어하는 상황이지만 맞벌이 부부는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근로자인 양육자를 위한 가족돌봄휴가나 재택근무 등의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실제로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37살 이모 씨는 "얼마 전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신청했는데 집에서 혼자 자녀를 돌보면서 일에 집중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일주일 해보고는 연장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학교는 멈췄지만 직장 일은 멈추지 않았다"며 "이런 시국에 맘 편히 장기간 돌봄휴가를 낼 수 있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싶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춘천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36살 여성 임모 씨 역시 "남편도 자신도 더는 휴가를 쓸 여력이 없다"면서 "매일 아이의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차려놓고 출근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임씨는 "개학 연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밥만 챙겨주고 나올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대구 수성구에서 맞벌이로 자영업을 하는 42살 김모 씨도 "학교에 긴급돌봄 서비스도 있지만 이 시국에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며 "친정에 아이를 맡기거나 남편과 교대로 시간을 내 아이를 돌보는 일을 2주나 더해야 하니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날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한 뒤 각
또 추가경정예산에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천534억원이 긴급돌봄 지원, 마스크·손 세정제 등 방역 물품 준비, 온라인 학습 운영 등에 활용되도록 시·도 교육청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