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감자'가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문이 퍼져 판매 사이트 서버를 마비시킬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10㎏들이 1상자에 5천 원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감자는 매일 주문이 폭주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보다 사기 어려운 강원도 감자", "감자 5부제 도입 시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매일 매진 행렬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완판남 문순씨'로 등극했습니다.
이 같은 완판 신화 뒤에는 강원 감자 농가의 깊은 한숨이 배여 있습니다.
작년 강원지역 농가는 충분한 일조량과 강수량, 적은 태풍 피해 덕에 감자 13만8천t을 생산했습니다.
이는 평년 생산량의 20%를 웃도는 물량입니다.
특히 2018년 감자 가격이 높았던 까닭에 농민들은 적당한 소득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훌쩍 뛰어넘어버려 도매가가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해 6∼7월 사이 수확한 감자는 대부분 저온 저장창고로 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했습니다.
가을이 지나도록 감자 20㎏ 도매가격은 2만 원 선을 뚫지 못했습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진 수준이었습니다.
감자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가 다르게 무게도 줄고 싹이 나거나 군데군데 부패한 감자가 발생해 농가 손실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감자 가격 회복을 기대하며 손해를 감수했습니다.
농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습니다.
강원도 저장 감자는 대부분 식당이나 급식소 등 음식 재료 용으로 들어가는데, 식당들은 손님이 대폭 줄어들고 학교는 개학이 미뤄지자 급식소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가 바뀌도록 저장 창고마다 감자가 천장까지 쌓여있는 실정이 됐습니다.
소비 수요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해 감자 재고량이 그대로 남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된 것입니다.
도는 현재 도내 감자 재고량 약 1만1천t을 4월까지 전량 판매할 계획입니다.
많은 농가는 이 같은 도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일부 농민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춘천시 서면에서 감자 재고 300여t을 보유한 농민 A(54)씨는 "지금 강원도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은 감자 10㎏에 5천 원을 적정 가격으로 생각한다"며 "심리적 가격선이 정해지면 좋은 감자가 제값을 받기 더욱 힘들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상품성 좋은 감자들은 도매시장에서 10㎏에 1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데 시민들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선뜻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 행태는 감자 가격을 안정화할 골든 타임을 놓치고 난 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감자 가격 안정과
김남진 농협 강원지역본부 연합사업단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돼 식당과 급식소 등으로 강원 저장 감자가 원활히 들어가야 한다"며 "농협도 도와 함께 특판 행사를 이어가면서 재고 소진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