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선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통한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한 지 사흘째지만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과 마스크를 파는 약국 사이에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항의하는 일부 손님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이 약국 앞에서 다투기까지 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38살 김 모 씨는 "마스크 한 장 팔아야 400원 남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매일 청심환을 먹으면서 일한다"며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기 전에는 약사가 마스크를 빼돌린다며 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약국 약사 김모 씨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자 약사가 마스크를 풀지 않는다고 의심해 2시간 넘게 약국 안에서 감시하듯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손님도 있었다"며 "손님들끼리 새치기를 했다며 시비가 붙기도 해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관악구의 약사 31살 이 모 씨도 "마스크가 없다고 하면 불평불만을 계속 들어야 하고 일부 폭언하면서 빼돌리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손님도 있다"며 "마스크를 못 구해 하는 불만이라고 생각하고 잘 달래서 팔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고 욕을 한다'는 약사의 글부터 '마스크 진상들을 보니 약국이 아닌 경찰서에서 팔게 해야 한다', '아침에 약국에 갔더니 마스크 싸움이 나 그냥 왔다'는 시민들의 경험담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일 자체도 마스크를 일일이 2장씩 소분하는 것부터 구매 이력 시스템 입력까지 업무가 많아 약사들의 피로를 높이고 있습니다.
숙대입구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씨는 "마스크가 5매씩 포장돼 들어오다 보니 약사들이 위생 장갑을 끼고 일일이 분류해야 한다. 요즘은 며느리까지 와서 일손을 돕고 있다"며 "이렇게 낱개로 팔면 손님들은 'KF-94 마스크가 맞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 씨도 "오늘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시스템이 다운돼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며 "쉴 새 없이 고객 응대를 해야 해 점심도 못 먹고 목도 너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설모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마스크 문의 전화가 온다"며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목도 아프고 점심도 못 챙겨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부터 가동된 마스크 알리미 앱도 기대와 달리 착오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고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63살 장 모 씨는 "오늘 오전 마스크 250개 들어와 40분 만에 다 팔렸는데 알리미 앱에는 30개가 더 들어왔다고 나와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며 "앱에 재고가 자꾸 잘못 떠서 곤란하다. 내가 약사인지 마스크 판매 콜센터 직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약국에서 만난 약사 37살 C 씨는 "재고 알림 서비스에 마스크 소형과 대형 구분이 없다 보니 손님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리 시스템에도 소형·대형 구분이 없어 아이 신분증을 들고 와 대형 마스크를 요구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크 판매가 주 업무가 되다 보니 기존에 처방 약 조제 업무는 뒤로 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약국에는 문 앞에 '공적 마스크 판매로 처방전 조제는 오후부터 진행합니다'라는 글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약사는 "약국은 처방전 약 조제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마스크 줄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받고 다른 약국으로 가는 손님도 많다"며 "처방전 들고 오는 손님을 받기 위해 마스크 줄과 처방전 줄을
SNS에는 '약국에 약 제조하러 갔더니 약사가 약을 제조하는 동안 5명에게 마스크를 팔고 마스크 재고를 묻는 전화도 계속 받아 불안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날 약국에서 만난 한 손님은 "요즘은 약국마다 마스크 문의로 정신이 없어서 약 처방을 잘못 받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