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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대법원 확정 판결 전 사건 기록이 유죄 판결 상태에서 국제 중재기구에 넘겨지는 것을 두고 법조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2018년 7억7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700억원) 규모의 ISD를 한국 정부에 제기했다.
4일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문 전 장관, 홍 전 본부장의 직권남용 사건 상고심 재판기록 등을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출한 자료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1·2심 공판 증언 기록과 특검 수사 당시의 참고인과 피의자 서면 진술, 압수수색 물품 등이다. 법무부는 오는 6일까지 이 자료들을 중재판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당초 제출 기한은 지난달 21일이었지만 법원의 자료 제출과 법무부 검토에 시간이 필요해 정부가 6일까지 제출 기한 연기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엘리엇은 법무부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 내부를 압박한 혐의를 받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공판 및 수사 기록을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 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법원의 재판기록과 특검의 수사기록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법원 등에 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없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지만, 판정부는 엘리엇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국민연금 직권남용 사건 재판기록이 대법원 판결 전 하급심 유죄 상태로 국제중재기구에 넘겨지게 됐다. 법조인들은 이 절차가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하급심) 유죄 판단이 그대로 증거로 제출된 상황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문 전 장관, 홍 전 본부장은 앞서 1,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상고심은 지난 2017년 11월 박영수 특검이 대법원에 상고한 후 2년 3개월째 소부에서 심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그 판단에 따른 영향을 받을지 주목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파기환송심도 문 전 장관 등의 심리와 관련돼 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의 심리로 진행 중이지만 특검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잠정 중단됐다. 특검은 지난달 24일 "재판부가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재판부가 삼성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감경 사유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
재판부는 지난 1월 17일 4차 공판에서 "미국 연방 양형 기준 제8장을 참조해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된다면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김지형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1기)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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