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신구간(新舊間)'이라고 불리는 기간이 있다.
신구간은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제주를 대표하는 오랜 풍습이다. 제주는 '신들의 고향'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토속신이 있는데 그 수가 1만8000개에 이를 정도다. 신구간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신들은 이 기간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는다.
제주 도민들은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 이후 5일째부터 입춘 전 3일까지다.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올해는 설 연휴와 겹쳐 사실상 신구간 기간이 짧아졌다.
신구간은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입춘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과거 제주도민들은 신구간만 되면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짐만 챙겨 대충 정리한 뒤 얼른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소금과 팥을 뿌려 잡귀를 쫓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서 살림을 시작했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이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삿짐 센터나 개인 용달차 등 관련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1년 치 집값을 한번에 내는 사글세가 제주에서 유독 성행한 것도 신구간 때문이다. 사글세로 신구간에 입주해 1년 후 재계약을 하거나 신구간에 맞춰 다시 이사를 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최근들어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형태가 변하고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신구간 특수를 찾긴 힘들지만 여전히 상당수 도민들은 다른 날보다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가고 있다.
지자체도 신구간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제주시는 신구간에 폐가구와 폐가전제품 등 대형 폐기물 배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오는 31일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폐가구와 폐가전, 의류 등 재
수선을 거친 물품은 오는 2월 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쪽에서 열리는 신구간 중고물품 나눔 장터를 통해 판매된다.
장터에서는 1일 1점에 한해 구매 가능하며, 판매수익금은 불우시설에 기부한다.
[제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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