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에 들어가면 문이 잠기고 112로 연결되는 '안심부스'가 서울에만 14곳이나 있다는 걸 아십니까.
이런 건 우범지대나 으슥한 곳에 있어야 의미가 있겠죠, 그런데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설치가 돼 있습니다.
그러니, 1년간 들어온 신고가 달랑 1건, 그나마도 주취자의 신고였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빌딩이 몰려 있는 직장가에 노란색 부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부터 기업과 협업해 방치된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만든 '안심부스'입니다.
위급 상황에 안에 들어가 비상벨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112상황실로 연결돼 즉시 신고 가능하게 한 겁니다.
하지만, 설치 후 4년이 지났는데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 인터뷰 : 김미나 / 서울 장충동
-"안심부스 본 적 있나요?"
-"범죄예방 목적인지는 몰랐고 그냥 ATM기인 줄 알았어요."
▶ 인터뷰 : 김채현 / 경기도 부천시
- "들어본 적 없어요. 사람들 많은 대로변보다는 인적 드문 곳에 있는 게 범죄 예방에 좀 더 도움이…"
취재진이 안심부스가 설치된 장소들을 찾아 가봤습니다.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위급 상황에 대피할 수 있는 안심부스입니다. 그런데 마땅히 피할 장소가 없는 골목길 등이 아닌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설치돼 있습니다."
상점이 밀집돼 시민이 많이 찾는 명동성당 앞 번화가에 설치돼 있고, 위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경찰 교통센터 주변에 설치된 곳도 있습니다.
대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우범 지역이 아니라 도심에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서울시내 설치된 14개 안심부스 중 112신고가 들어온 건 1년간 단 1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주취자 신고였습니다.
▶ 인터뷰(☎) : 곽대경 /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 "범죄예방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얼마나 과거에 범죄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해서 설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 시민 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이동학 기자·김광원 VJ
영상편집: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