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형 수사에선 핵심 인물의 업무 수첩이 종종 스모킹건 역할을 해왔는데요.
이번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선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이 핵심 물증이 될지 관심입니다.
법조팀 유호정 기자와 뉴스 추적 해보겠습니다.
【 질문1 】
앞선 리포트에서 보듯이 어제 검찰이 기획재정부를 압수수색했는데, 그 배경부터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기자 】
울산은 광역시인데 국립대병원은 물론 공립병원도 없어서, 산업재해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이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공약을 내놨는데요.
김기현 전 시장은 산재 모병원 설립을, 송철호 시장은 좀 더 확장된 개념인 공공병원 유치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선거 직전 기획재정부가 산재 모병원이 대규모 정부 재정을 투입할 만한 사업이 아니라며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는 발표를 합니다.
김 전 시장의 공약이 그대로 무산된 거죠.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 유치는 시장에 당선된 이후인 지난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청와대 등의 도움으로 예비타당성 결과를 미리 듣고 공약 수립에 참고했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겁니다.
【 질문2 】
어제 김기현 전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송병기 수첩의 내용도 얘기했죠?
【 기자 】
검찰 조사에서 '송병기 수첩' 내용 일부를 확인했다는 김 전 시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수첩에는 산재 모병원 건립에 대해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이 논의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일곱 달 전인 지난 2017년 10월 김기현 전 시장 본인의 공약이었던 '산재 모병원이 좌초되면 좋다'는 취지의 메모가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기현 / 전 울산시장 (어제)
- "의료시설의 확충이란 이슈를 좌초시켜서 선거에 이용하겠다.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적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 질문3 】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내 경선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인 거죠?
【 기자 】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앞서 얘기한 청와대가 송 시장 측과 공약을 사전에 논의했다는 의혹이고요.
또 하나는, 청와대가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올리려고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탈락시켰다는 의혹입니다.
임 전 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청와대 측으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수첩에도 지방선거 전임 전 위원이 자리를 요구했단 메모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임 전 위원은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안받은 건 아니라고 거듭 해명에 나서고 있습니다.
【 질문4 】
그런데 임 전 위원이 직접 자리 얘기가 오갔다고 밝히기도 하지 않았나요?
【 기자 】
네, 지난 19일 임 전 위원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직접 이 말을 꺼냈었죠.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청와대·여권 관계자와의 술자리에서 자리를 논의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오사카 총영사 제안을 하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사카 대신 고베 얘기를 했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선 포기를 전제로 한 공식 제안은 아니었으며, 단순히 친구 사이에 오간 대화"였다는 입장입니다.
어제저녁에도 임 전 위원은 또 한번 입장문을 내고, "친구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덕담이 있었고, 자리가 있다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질문5 】
사적인 자리에서 한 비공식적인 얘기라는 거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술자리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임 전 위원이 지난 2017년 12월 11일 본인의 SNS에 직접 올린 사진입니다.
올린 시점은 겨울이지만, 반팔을 입은 걸로 봐서 촬영 시점은 여름인 걸로 보이는데요.
김경수 경남지사,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 임동호 전 최고위원의 모습이 함께 보이는 만큼, 임 전 위원이 말한 그 술자리가 아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현재 임 전 위원 SNS에서는 이 사진이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 질문5 】
검찰은 결국 송철호 시장의 당시 단독 공천 과정을 들여다보는 거죠?
【 기자 】
네, 임 전 위원은 첫 검찰 조사 이후, "검찰이 내가 당시 공천의 피해자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임 전 위원은 "민주당이 송철호 시장을 단독 후보로 발표했을 때, 임 전 위원은 당수 공천은 당헌 당규를 어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을 5번 탈당했던 송철호 후보는 자격이 없다"고도 했었죠.
이렇게 반발해놓고 곧바로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김기현 전 울산시장도 '송병기 수첩'에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면 송철호 후보가 불리하다"는 취지의 메모도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 의혹에 힘을 실었습니다.
【 질문6 】
이번 검찰 수사를 향한 민주당의 입장은요?
【 기자 】
민주당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청와대 하명수사 프레임'을 짜놓고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사상 초유의 '여당발 특검'을 추진해왔는데요.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특검 카드를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습니다.
【 앵커멘트 】
일단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민주당, 검찰은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당분간은 검찰과 청와대, 정치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