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을 둘러싼 남녀의 갈등이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결말나거나, 부양 의무를 저버린 아들을 상대로 증여한 땅을 되찾으려는 90대 노인의 법정 싸움까지 초고령화 사회의 그늘진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부모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동거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50대가 2심에서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김복형 부장판사)는 오늘(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2)씨가 "형량이 무겁다"며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2012년 손님과 식당 종업원으로 알게 된 A씨와 52살 B씨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서로 알고 지낸 지 7년여 만에 이들의 사이가 극단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것은 부모의 부양과 상속 문제였습니다.
5남매 중 유일하게 미혼이지만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산 A씨는 고령의 남매들 간 상속 갈등을 피하기 위해 부친 소유의 아파트를 소유권 이전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였던 탓에 자신 명의의 소유권 이전이 쉽지 않아 A씨의 고민은 깊었습니다.
때마침 B씨가 "아버지를 잘 모실 테니 아파트 명의를 내 앞으로 이전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때부터 A씨와 B씨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A씨가 생각하기에 B씨가 자신의 아버지 부양을 소홀히 하고 자신에게도 함부로 한다고 여겨 다투는 일이 잦았습니다.
심지어 B씨가 아파트를 가로챌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등 불만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A씨는 지난 2월 8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B씨로부터 헤어질 것을 요구받자 평소 불만까지 함께 솟구쳐 B씨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극히 잔인하고 결과도 참혹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모습 등을 고려할 때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심 형량은 적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97살 C씨는 셋째 아들 55살 D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들에게 선산을 증여했지만, 땅을 팔지 말라는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자신도 제대로 부양하지 않자 증여한 땅을 되돌려받기 위해 법정 싸움에 나선 것입니다.
C씨는 21년 전인 1988년 1월 아들 D씨에게 평창의 임야를 증여했습니다. 이 땅은 C씨의 아내가 묻힌 선산입니다.
C씨는 아들에게 절대 땅을 팔지 않고 자신을 잘 부양하라는 조건으로 선산을 증여했다는 주장입니다.
이후 아들이 자신을 잘 부양하지 않자 땅을 되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선산은 아들 D씨가 자신의 동업자인 46살 여성 E씨에게 1천300만원에 매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의 땅은 2015년 8월 채권최고액 5천만원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C씨는 아들 D씨가 실거래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E씨에게 땅을 판 것은 자신에게 돌려주지 않기 위해 위장 매매한 것이라고 주장
1심 재판부는 "부양 의무 등을 조건으로 아들에게 땅을 증여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각서나 기록이 없는 만큼 C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C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불복한 C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춘천지법에서 진행 중인 2심은 내년 1월 15일 선고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