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나 산간 지역의 환자를, 의사가 화상통화 등으로 진료하는 원격의료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불법입니다. 이미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선 전면 허용하고 있는데 말이죠. 의료·바이오 산업인 'k-헬스케어'는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신성장 산업인데도, 지금 이러고 있는 겁니다. 시장은 규모도, 필요도 커지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있으니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요.
그래서일까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헬스케어 기술 수준은 기술 선진국 대비 4.5년 정도 뒤처져 있습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특허청에 접수된 해외 주요국의 맞춤형 헬스케어 특허 출원 건수를 보면, 한국은 1,500여 건으로 미국 특허 출원 건수의 7%에 불과합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아주 낮은 수준이죠.
국가 바이오 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빅데이터, 연구자료를 구축하면 뭐합니까? 막상 보려면 민감한 개인정보라며 안 된다고 하는데요. 또한 다른 나라는 얼리지 않은 건강한 난자도 연구에 활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얼려뒀던 난자만 녹여서, 그것도 제한된 연구 목적으로만 쓸 수 있다고 하죠? 이런 규제가 없었다면 줄기세포 분야 연구 속도도 더 빨라졌을 겁니다.
정부는 지난주, 4차 산업혁명 선도국이 되는데 갈등과 걸림돌로 작용하는 제도와 규제를 보완하겠다며 '규제 혁파'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방향이 맞다면 이제라도 더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서둘러야죠. 냉엄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술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손해는 모두 우리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후손에게 어떤 원망을 들을지 두렵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