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을 겨냥했던 경찰 수사의 배경에는 과연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까.
같은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180도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입니다. 한쪽에선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날을 세우고, 다른 쪽에선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 전 시장 측근을 향했던 세 갈래 수사는 무엇이고, 검·경은 각 사건에서 어떤 시각차를 드러냈는지 짚어봅니다.
◇ 비서실장의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직권남용" vs "수사 부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17년 12월 말 경찰청에서 하달받은 첩보를 토대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A 씨와 관련된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2017년 울산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친분이 있던 레미콘업체 대표의 청탁으로 아파트 시공사 소장을 불러 특정 업체 물량을 사용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해당 건설 시공사는 외압을 못 이기고 납품 업체를 바꿨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해 A 씨는 "지역업체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에 따라 지역업체 물량 사용을 권장했을 뿐, 납품을 강요한 적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검찰은 올해 3월 "직권을 남용했거나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A 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면서 99쪽에 달하는 '불기소 이유서'에서 경찰의 수사가 전체적으로 부실투성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이유서를 보면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대상과 방법에 대한 지휘 내용이 없는 등 적법성·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부당한 수사지휘"라며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에 검찰은 "범죄 소명 근거와 증거가 부족하고, 잘못된 법리 적용에 대한 다섯 차례 보완수사 지휘도 묵살했다"며 경찰의 허술한 수사를 꼬집었습니다.
◇ 동생의 '30억원 용약계약서'…"영향력 행사" vs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
울산경찰청은 건설업자 B 씨의 고발에 따라 2017년 10월부터 김 전 시장 동생 C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황 청장은 기존 수사팀의 허위보고를 문제 삼아 새 수사팀을 꾸렸고, C 씨 사건을 잘 아는 경찰관 D 씨를 수사관으로 앉혔습니다.
경찰은 C 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 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삐걱댔습니다.
황 청장이 수사 적임자라고 영입한 D 씨가 과거부터 B 씨와 친밀한 관계인 사실이 드러났고, 이들은 김 전 시장 측이나 북구청장에게 협박과 청탁을 일삼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자 울산경찰청은 D 씨를 수사팀에서 제외했습니다.
검찰은 C 씨에 대해 올해 4월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용역계약서가 작성된 것 외에 C씨가 이를 행사해 사업에 개입하려 했다고 볼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가 지방선거 기간까지 늘어진 데 대해 "C 씨의 출석 불응과 도피로 조기에 종료될 수 있었던 사건이 선거에 근접한 시기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척의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검경 의견 일치
울산경찰은 '김 전 시장 측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 김 전 시장 인척 1명을 포함해 총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전 각각 1천500만∼2천만 원가량의 후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수백만 원씩 나눠 김 시장 측 회계책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은 개인
검찰은 6명 모두를 불구속기소 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른바 김기현 측근 관련 세 갈래 수사 중 유일하게 검경이 이견이나 갈등 없이 처리한 사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