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시, 7년째 상암 롯데몰 심의 안해준 건 부당"

상암 DMC 롯데쇼핑몰(상암 롯데몰) 개발 사업이 7년째 표류하고 있는 건 서울시가 건축 허가 심의를 부당하게 지연시켰기 때문이란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보류해 롯데의 재산권은 물론 인근 주민의 소비자 권리까지 침해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5일 '지자체 주요 정책·사업 등 추진상황 특별점검'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지난해 10~12월 사이 중앙부처 4곳과 서울시 등 지자체 7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3년 상암택지개발지구 안에 있는 3개 필지(2만 644㎡)를 1972억원을 받고 롯데에 팔았다. 대형판매시설이 부족해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롯데는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입점시키지 않기로 마포구와 합의하고 2015년 6월 서울시에 관련 내용을 담은 세부개발계획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같은해 7월 상생TF를 구성해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롯데가 상생TF 의견을 수용해 판매 시설 비율을 기존 82.2%에서 67.1%로 축소하자 인근 전통시장 17곳 중 16곳은 복합쇼핑몰 입점을 찬성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전통시장 1곳이 반대해 아직 합의가 안됐단 이유로 세부개발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다.
롯데가 반발해 제기한 부작위 위법확인소송에 대해 법원이 조정을 권고하자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에는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롯데가 소송을 취하한 후 서울시는 나머지 1개 시장과 상생 합의를 해야 한단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약속과 달리 심의 결정을 또다시 보류했다.
감사원은 "이 결과 롯데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인근 주민의 소비자 권리가 침해됐으며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장에게 법적 근거 없이 심의를 장기간 보류하는 등 도시계획결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한 2009년 종로구 일대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해놓고 2013년 돌연 '한양도성 및 역사보존' 정책을 시행한다는 사유로 사업을 장기간 보류시켰다. 감사원 측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조례를 근거로 정비구역 지정을 취소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행정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박 시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나아가 감사원은 인천시가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유상 공급하도록 돼 있는 하수 재처리수를 민간 기업에 사용하라고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인천시의 강요로 재처리수 사용을 원하지 않았던 4개 업체는 어쩔 수 없이 사용 요금 10억원을 부담해야만 했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