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상당수가 성분 표기된 것보다 니코틴을 더 많이 함유하거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물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용액의 수입신고와 과세 관리를 하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감사원은 4일 '연초 줄기·뿌리 추출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의 수입 및 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 9월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중 연초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1% 미만으로 함유했다고 표기한 10개 제품을 임의로 선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5개 제품에서 표기 내용과 달리 니코틴을 1% 이상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은 니코틴이 1% 이상 함유된 혼합물을 유독물질로 고시하고 있다.
니코틴을 과다 함유한 5개 제품을 제조·수입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9개 업체는 화학물질 확인에 필요한 명세서도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8개 제품에선 암 유발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기도 했다. 포름알데히드가 최대 3.75㎍/g나 포함된 제품도 있었다. 또한 암 유발 개연성이 높인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10개 제품 모두에서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 건강 증진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관세청은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의 수입신고와 과세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 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을 일컫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2016년 "연초의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만 사용한 건 담배가 아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덕분에 연초 잎을 사용한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에는 각종 세금이 부과됐지만 연초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은 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연초의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경제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에 통상 연초 잎 추출 니코틴을 혼용해 쓰는 경우가 많다. 연초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 용액의 출처에 대한 수입심사를 강화하고 탈세 여부를 따져봐야 할 이유다.
실제 서울남부지검은 중국산 연초 잎 추출 니코틴이 함유된 용액을 수입하면서 연초 줄기와 뿌리 추출 니코틴 용액을 수입했다며 허위 신고한 6개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
하지만 감사원은 관세청은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허위 신고와 탈세 여부를 심사·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측은 "관세청장에게 관련 업체를 심사하고 조사해 적정한 조치를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