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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전주KCC와 안양KGC의 경기 후 KCC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요청하는 어린이의 손을 지나치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채널 농구채널B 영상 캡처] |
지난 23일 전주KCC는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안양KGC와의 홈 경기에서 64-90, 큰 점수 차로 졌다.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KCC 선수들에게 KCC 유니폼을 입은 한 어린이 팬이 중앙 통로 난간에 선 채 하이파이브를 해 달라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KCC 선수 중 라건아(30)와 한정원(35)만 하이파이브를 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어린이 팬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장면이 방송사 중계 화면으로 나가면서 KCC 구단은 농구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팬들은 팬 서비스에 소홀한 KCC 선수들이 프로의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누리꾼들은 "초등학생도 안 돼 보이는 꼬마들이 조르지도 않고 하이파이브만 요청했는데 그것도 못 해주냐"(Ravel******), "졌어도 프로라면 응원 온 팬들 생각해서 팬 서비스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 골수팬으로서 아쉽네요"(차**)라며 선수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나의 사건으로 농구 선수들의 팬 서비스를 매도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KCC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자신을 열성 농구팬으로 소개하며 "저희 딸이 (KCC 구단 소속) 신명호 선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고, 신명호 선수는 흔쾌히 촬영에 응해줬다"며 자신이 팬 서비스를 받은 경험을 설명했다. 이어 "팬 서비스가 좋았던 상황보다 안 좋았던 상황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아 한 농구 팬으로서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며 "앞으로 달라질 선수들의 모습과 향상될 경기력을 기대하며 선수와 코치진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KCC는 24일 구단 홈페이지에 "어린이 팬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것이라기보다는 좋지 못한 경기 결과와 내용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스스로 자책하며 퇴장하는 장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 선수라면 경기 결과, 내용에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팬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과 선수단 일동은 팬이 없는 프로는 있을 수 없다는 점과 팬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겠다. 앞으로 더욱 팬 여러분께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이후 다음날인 25일에도 KCC는 "해당 어린이 팬과 그 보호자와 연락해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며 "다음 홈 경기인 12월 8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 어린이 팬을 초청해 선수들과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함께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 측이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되살아나던 프로 농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프로농구는 최근 스타 선수의 부재와 관중 급감 등으로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이에 이번 시즌 여러 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에 나서며 인기 회복에 힘썼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서동철 KT 감독은 경기 중 마이크를 착용해 관중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하는 'Voice of KBL'에 참여했다. 경기 중 녹음된 목소리와 영상은 편집을 거쳐 팬들에게 제공해 큰 호응을 받았다.
또 전자랜드와 KT는 라커룸에 카메라를 설치해 하프타임(중간 휴식) 때 보여주는 'INSIDERS'를 통해 관중과의 소통 확대를 꾀한다. KCC도 매 홈경기 전날 5명의 팬을 초대해 전창진 감독과 식사를 하는 '전창진 감독이 쏜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올 시즌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시즌보다 약 20% 늘어난 평균 3297명(24일 기준)의 관중을 모았다.
이 가운데 KCC 선수들이 적극적인 팬 서비스에 나서기는커녕 팬을 외면하자 농구 팬들은 분노했다.
6개월 전까지 KCC 소속 선수였던 하승진은 "이번 프로농구 팬서비스 논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선수들이 1
이어 "프로와 아마추어는 분명 차이가 있고, 그 차이의 가장 기본은 팬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잘 안 풀리고 패배를 하고 그러더라도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를 해주는 게 프로선수의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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