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열린 `군대 내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와 입대를 앞둔 진정인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에 따라 비건 채식주의는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신념이자 생존권이라는 주장과, 군대는 단체 생활인 만큼 개개인의 모든 주장을 받아줄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녹색당과 동물권 행동 '카라', 채식평화연대 등 20여 개 단체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비건 채식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군대 내 식단은 그 자체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라며 "육식이 사실상 강요되는 군대 환경 때문에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위협받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군대 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비건 채식주의는 단순 채식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이런 양심적 삶에 대한 실천이자 운동이다"라고 주장했다.
비건(Vegan)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를 말한다.
군대 내 채식 보장을 주장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최근 전역한 20대 A 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먹는 군대 식단을 극소수를 위해 신경 쓰는 게 구조적으로 힘들다. 특별히 '채식하는 날' 정도를 정해서 채식 식단을 공급할 수는 있겠지만 매일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건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학생 B 씨는 "질병으로 인한 생존의 문제가 아닌 이상 전쟁에 대비하는 군대에서 식단까지 고려할 수 있겠냐"며 "병 때문에 육류를 못 먹는 사람들은 군 면제를 해준다 하더라도, 채식하는 소수를 위해 매일 반찬을 고려해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2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채식주의자가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 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한 것 외에 달리 보기 어렵다"며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국가행정 차원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당시 이 수감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였고, 채식주의 역시 그 연장선상이었기 때문에 이는 '신념'의 문제로 개인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 진정에 함께한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논산 육군훈련소 28일 식단 중 비건은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고,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으며, 1.6일은 굶어야 한다.
이들은 "(채식주의 군인들 일부는) 완전한 채식 식단이 거의 없어 일주일 만에 10kg 체중 감량이 됐거나,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고 구토, 복통 등 이상 증세를 보이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엔 군대 내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병제인 미국은 채식 전투식량을 따로 배급하고 식당에서도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여건 상 어려운 경우 따로 음식을 살 수 있는 수당을 지급한다.
징병제인 핀란드와 리투아니아도 일반식과 채식주의 식단을 모두 제공한다.
군대 내 채식 보장을 주장하는 이들을 지지한다는 반응도 있다.
20대 직장인 C 씨는 "점점 비건 식단을 선호하거나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이제 (군대에도) 비건 식단을 만들 때가 된 것 같다. 비건이 동물권 보호와 환경에도 좋지 않냐"며 찬성했다.
50대 주부 D 씨는 "비건 채식주의는 신념의 영역이 맞는 것 같다. 모병제인 국가에서도 채식 식단을 보장해준다는데 징병제인 우리나라는 더더욱 식단을 보장해서 개인의 신념을 지킬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이들의 진정을 심사하는 데는 최대 1년이 걸릴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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