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이 우울증 앓고 있는 선수들 꽤 있어요. 대부분 선수가 자기가 우울증인 걸 모르고 저도 그랬습니다."
20대 후반의 실업팀 선수인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과의 심층인터뷰에서 혹사로 인한 자신의 우울증 병력을 털어놓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전 소속팀에서 자살시도를 했고 최근 감독과의 갈등 이후 두번째 자살시도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이 실업팀 성인선수들의 인권이 상당히 침해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결과는 특별조사단이 지난 7일 발표했던 학생선수에 대한 실태조사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우울증을 겪어 자살을 시도한 사례까지 나타났다.
특조단은 지난 21일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인권보호방안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실태조사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인선수는 학생선수보다 더 빈번하게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33.9%(424명)가 언어폭력을, 15.3%(192명)가 신체폭력을, 11.4%(143명)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지난 7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5.7%, 14.7%, 3.8%가 각각 언어·신체·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신체폭력을 경험한 실업선수 중 거의 매일 폭력을 경험한다고 답한 이들이 8.2%에 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실업선수들 중에서 이에 대해서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를 한 이들은 6.6%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성인인 선수라고 하더라도 폭력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대 중반의 실업팀 선수 B씨는 "감독님에게 아프다고 말하면 오히려 화를 내며 그런 말을 무시한다"며 "'네가 뭘 아프냐 아파도 뛰어야 한다'고 하니 아무리 아파도 말 자체도 못하고 그냥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호소한 이도 143명에 달했다. 실업팀 소속으로 뛰는 C씨는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서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화가 난 적이 있다.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고 왜 와서 선생님한테 가슴 대 가슴으로 못 안기냐고 그랬다"며 "고등학생 여자선수에게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아보라고도 했는데 그게 범법행위고 인권 침해사항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인권위는 "이번 인권실태조사 결과 성인선수에게도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매우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인권침해 피해를 당해도 문제제기할 경우의 보복과 불이익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스포츠 인권 교육은 물론 노동인권교육도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직장운동선수 인권 교육과 정기적 인권실태조사 실시 △가해자
인권위는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회 등에게 실업팀 직장운동선수의 인권보호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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