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오늘 경찰 조사받으신 일로 상처받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 김정석 경위는 절도 혐의로 입건된 83살 A 씨의 조사를 마친 뒤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19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당일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할머니가 물건을 훔쳐 갔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체포돼 강남서로 넘겨져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맡게 된 김 경위는 전과도 없는 80대 노인이 우유와 주스 등 음료수 2천500원어치를 훔쳐 절도 혐의로 입건되자 속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 A 씨의 형편을 알아봤습니다.
확인해 보니 A 씨는 빌라 반지하에서 고등학생 손자와 둘이 어렵게 살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쳐 간 이유를 묻자 "먹을 것이 없어서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경위는 팀장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도울 일이 없겠나"라며 의논을 청했습니다.
3일 뒤 김 경위는 팀장 등 동료 형사들과 함께 A 씨가 사는 지역 주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은 "할머니 아들이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아들과 떨어져 산다고 했습니다.
형사들은 주민센터 직원에게 A 씨의 사정을 설명하고 "손자의 학비와 생활용품이 부족하지 않은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직원은 "학비와 생활용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할머니가 굶으시는 일이 없게끔 구호물품 등이 전달되도록 조치하고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 경위는 "날씨도 추워지는데 연로하신 할머니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알아보니 일을
경찰은 A 씨 사건이 생활고로 벌어진 가벼운 범죄인 점을 고려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회부를 거쳐 훈방 등으로 선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