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공기관이 이름을 바꾸게 되면 간판도 교체해야 하죠, 명함도 다시 제작해야 하죠. 또 각종 서식도 변경해야 합니다. 돈이 엄청 들어가죠. 최근 10년 새, 전국 공공기관 339곳 가운데 이름을 바꾼 곳은 전체의 20%에 달하는 71곳. 여기에 국민 혈세 14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구체적으로 볼까요. 앞서 언급했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 자를 빼는 데 든 돈은 6억 원, 대한지적공사는 한국국토정보공사로 이름을 바꾸는 데 15억 6천만 원을 썼습니다. 조직을 통합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4억 원 가까이, 한국 농수산식품 유통공사는 11억 원을 썼습니다.
이렇게 돈이 드는데도 무려 세 번이나 이름을 바꾼 곳도 있습니다. 1993년 출범한 한국 데이터베이스 진흥센터는 2009년 '센터'를 '진흥원'으로 바꾸더니, 2016년엔 '산업' 자를 넣어 '산업진흥원'으로 이름을 또 고쳤거든요. 공공기관의 부채가 늘고 늘어 오는 2023년에는 600조 원이 된다는데도 말입니다.
이름을 바꿔 열심히 일한다면, 그래서 대국민 서비스도 좋아지고 성과도 높여 부채를 줄일 수 있다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간판만 바꾸는 게 아니라 그 간판을 달아 준 국민을 위해 좀 더 성실히, 적극적으로 일하는 게 우선이란 걸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국민들이 낸 세금을 좀 아깝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줄 순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