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4년제 대학 나와도 건축사시험 못친다고?

↑ 개정된 건축사법 개정안이 2020년부터 시행되면 5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대폭 축소하는 건축사법 개정안이 오는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이를 다시 개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건축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청원 게시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개정된 건축사법으로 수많은 건축 관련학과 졸업생 및 재학생이 건축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이고 잘못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건축사 예비시험을 통과한 직업계고 졸업자나 2~4년제 건축공학과 졸업생, 비전공자 등이 건축사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건축사법 제13조 2항에 따르면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kaab(한국건축한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5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기를 이수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직업계고와 전문대 같은 경우 다른 교육기관보다 진로가 확실하게 정해지는 특성상 건축사법 개정안이 실행되면 사회진출이 불투명해지게 된다.
kaab 인증을 받은 서울대·연세대·한양대·단국대 등 63개 대학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증 받은 대학에 입학 후 재학 중 kaab 실사를 거쳐 자격을 상실하면 미인증 대학 졸업자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인증 대학에 입학 후 대학이 자격을 획득하면 인증 대학 졸업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자격을 갖추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 자격증을 요구하는 건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5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실무 경력자들이 많은 건축현장에서 이들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8년간 유예기간을 줬고, 올해가 마지막인 건축사 예비시험의 시수를 2회로 늘린 만큼 개정안 시행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청원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체로 건축사법 개정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누리꾼(sonn****)은 "실무 경력자를 홀대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누리꾼(nave****)은 "5년제 졸업자와 차등은 있어야 한다"면서도 "시험 볼 기회조차 없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건축설계학문은 10년 배워도 부족하다"면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이 맞다"(awes****)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