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 김지훈 씨(24)는 이달 중순 특정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에게 낭패를 당했다.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너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김씨는 "지하철역 계단까지 따라 내려오면서 '말씀 좀 나누자'고 해 굉장히 당황했다"며 "(해당 종교단체가) 학내에서도 취업 설문조사나 길 묻기 같은 '낚시 포교'를 이들을 피해다니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일각에서 교내와 학교 주변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종교 활동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어떤 종교든 믿을 수 있는 자유는 공감하지만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포교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대입구역 주변에 특정 종교단체가 집회 신고를 하고 10명 이상이 적극 포교 활동에 나선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학내에서 과도한 포교 활동이 벌어졌던 터라 불만은 배가 됐다. 공대 재학생인 박선주 씨(가명·23)는 "등록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 금지된 건물 내에서조차 외부인에게 포교당한 적이 있다"며 "이들은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도 집요하게 요구해 자칫 다른 피해를 당할 수 있겠구나 겁이 났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에도 지나친 포교 활동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저마다 피해 사례를 언급하며 '전도충' '포교충' 등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일부 사용자는 "종교에 대해 없던 혐오도 생길 지경"이라며 "학교나 학생회에서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
학교 측은 학생 자치를 통한 의견 수렴이 우선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따른 포교 활동이 보장돼 있지만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관련 사항에 대한 신고나 상담이 들어오면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할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학내 선·포교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랜 시간 전국적으로 있었다"며 "법적 규정을 통해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없는 만큼 각각의 종교를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접근 방식이 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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