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CCTV와 다른 직원들의 진술로 사장이 배달을 지시한 걸 확인했음에도 사장은 '난 배달을 시킨 적이 없다'며 끝까지 발뺌을 했고, 심지어는 식당 직원들에게 배달을 한 적 없다고 경찰에 거짓말을 하도록 시키기까지 했지요.
여기까지만 봐도 식당 사장은 아주 엄한 처벌을 받는 게 상식일 겁니다. 하지만 법은 그걸 뛰어넘는 경우가 좀 많지요. 사장에게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30만 원. 사람이 죽었는데도 30만 원으로 끝난 건, 관련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밖엔 처벌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검찰은 무면허임을 알고 배달을 시킨 건 잘못이지만 그게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식인 거죠.
고작 1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부모 동의도 없이 고용하고, 무면허임에도 배달을 시켜 사고로 숨지게 한 또 다른 업주 역시 온갖 거짓말로 발뺌을 하며 산재 인정까지 방해한 일도 있었습니다. 보험료가 올라가거든요.
이렇듯 10대 배달원들의 사고는 늘 어린 당사자만 억울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반 동안 18세~24세 청년 산재 사망 중 오토바이 배달은 전체의 44%로 1위입니다. 그런데도 2016년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업주가 기소된 건 단 1건 밖에 없습니다.
무면허임에도 배달 일을 시키고, 사고를 당해도 산재는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한 고용주들. 거기에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못하는 국회, 상식적이지 않은 법 해석을 하는 검찰과 근로자를 위할 줄 모르는 근로복지공단까지. 이들에겐 한 아이의 목숨이 고작 30만 원이란 게 납득이 됐을까요.
'생명은 소중하다고 배웠는데, 정말 말뿐이더라…' 숨진 학생의 친구가 한 말입니다. 이런 걸 고작 18살이 느끼도록 한 우리 사회, 우리 어른이 참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