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주사를 맞으러온 임신부를 다른 환자로 착각해 낙태 수술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멀쩡한 태아가 죽게됐는데 해당 의료진에는 낙태죄도 과실치사도 아니고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왜 그런건지 김보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1) 낙태했는데 낙태죄 적용 불가능
영양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왔다가 낙태를 당한 임신부.
피해 여성은 해당 의료진을 동의 없이 낙태할 때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법리 검토 끝에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입건했습니다.
부동의 낙태죄는 산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낙태수술을 할 경우 적용되는데, 이번 사고처럼 착오로 인한 낙태는 해당되지 않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당 의료진에게 낙태죄를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원래 낙태수술을 하려던 여성은 태아가 임신 중 사망해 자궁에서 빼내야하는 이른바 계류유산 환자로 합법적 수술이었기 때문입니다.
(2) 태아가 죽었는데 과실치상?
태아가 죽었지만 '과실치사' 대신 적용된 건 '과실치상'입니다.
형법상 태아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망을 하게 되더라도 임산부가 입은 상해로만 판단해 '과실치상'이 적용된 겁니다.
이러다보니 받게 되는 처벌 수준도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의 낙태죄가 적용됐다면 벌금형 없이 최대 징역 3년이지만, 업무상 과실치사나 과실치상이라면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됩니다.
(3) 실수로 낙태했어도 의사 자격은 유지
해당 의사는 재판을 거쳐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의사 자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형사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이 확정되면 면허 취소가 가능했지만,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면허 취소 요건이 대폭 축소된 탓입니다.
▶ 인터뷰(☎) : 정이원 / 의료 전문 변호사
- "업무상 과실 치상은 의사 면허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됩니다. 실수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주면 의사가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거죠."
일각에선 의료진의 중대 과오에 대한 처벌 규정이 국민의 법감정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