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건너오지 마세요. 당신들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한강 이남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 A 농장. 확진 판정 하룻만인 24일 오전 이 곳은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한강 이남 돼지농장중 처음으로 뚫린 곳이어서 인지 통제초소 근무자들의 신경은 어느때보다 날카로웠다.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취재를 위해 도로를 건너는 취재진들을 향해 "다가 올지 말라"며 연신 목청을 높였다.
농장 입구는 생석회가 두텁게 깔려 마치 생석회로 입구를 포장해 놓은 듯했다.
A 농장은 지난 16일 확진판정을 받은 파주 1차 발생 농가와 사정이 달랐다.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한데다 인근에 반경 500m에 작은 공장들이 적지 않아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농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 시흥경찰서 의경까지 동원해 사람과 차량을 통제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농장 인근 도로로 크고 작은 차들이 수시로 지나가 방제차량이 도로에 소독제를 수시로 뿌리고 다녔다. 농장 옆 도로를 이용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대형 트럭은 대형 방제차량의 소독 샤워를 거쳐야 출입이 가능했다.
마을 주민들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주를 크게 걱정했다.
농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유모씨(74)는 "구제역 피해를 딛고 모돈(어미 돼지)을 확보해 새끼를 막 판매하려던 차에 또 다시 이런 일을 당했다"면서 "너무 안됐다"고 했다.
2번의 구제역 피해를 겪고 지난해 돼지농장을 접었다는 한 주민은 "이런 일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김포에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날 파주 적성면에서 4차 확진 농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연결 지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이 모두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나왔다"면서 "북한에서 온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주민들은 '북한발 바이러스설'을 일축했다. 이모씨(63)는 "김포는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 멧돼지 같은 동물이 출몰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왔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김모씨(37)는 "무엇보다 한강 이남 농가가 처음으로 뚫려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정부는 왜 아직까지 감염 원인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
이날 경기도는 김포와 파주에 ASF 확진 농가가 추가로 발생하자 김포 3개 농가, 파주 1개 농가의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김포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돼지의 타지역 반출 등을 금지했다.
[김포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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